“바나나 닮았지만 먹진 못한다” 울산서 열린 '이 열매' 정체, 알고 보니…

2025-11-0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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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키웠다는 열매

울산에서 열린 바나나를 닮은 열매 '파초' 모습 / YTN 방송 영상 캡처
울산에서 열린 바나나를 닮은 열매 '파초' 모습 / YTN 방송 영상 캡처

울산에서 바나나를 닮은 이국적인 열매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7일 YTN 보도에 따르면 최근 울산 북구에 있는 한 농장에서 넓적한 잎사귀 사이로 바나나를 닮은 열매가 자랐다. 이 열매의 정체는 바나나의 사촌뻘쯤 되는 '파초'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파초를 즐겨 키웠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바나나의 사촌뻘쯤 되는 '파초'

겉모습은 바나나와 비슷하지만 파초의 열매는 바나나보다 상대적으로 가늘고 길이가 짧다. 꽃을 감싸는 화포도 바나나는 자주색이지만 파초는 노란색이다. 우리나라에서 파초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건 드문 일이다.

이와 관련해 울산 북구 김우연 씨는 YTN에 "이렇게 바나나처럼 열매가 달리나 싶을 정도로 저도 처음 봤으니까요. 좀 신기하고 그랬습니다. (심은 지) 7~8년 되다 보니까 번식도 많이 하고 한 번도 이렇게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린 걸 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올해 날씨가 올여름에 유난히 많이 더워서 그런지"라고 말했다.

파초는 영하 12도에서도 견디는 온대식물로 우리나라에서도 자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길어진 폭염 등으로 생육 환경이 달라지면서 울산에서도 파초가 꽃을 피운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에서 열린 바나나를 닮은 열매 '파초' 모습 / YTN 방송 영상 캡처
울산에서 열린 바나나를 닮은 열매 '파초' 모습 / YTN 방송 영상 캡처

파초는 외형이 바나나와 매우 비슷하지만 식물학적으로는 구분되는 식물이다.

파초는 외떡잎식물 파초과에 속하며,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자란다. 굵고 연한 줄기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실 줄기가 아니라 잎이 서로 감싸며 형성한 가짜 줄기이며 그 안에서 실제의 짧은 줄기가 땅속줄기 형태로 존재한다.

파초는 잎은 매우 크고 넓으며 한 장의 길이가 2미터에 달하기도 한다. 이런 잎의 형태와 구조 때문에 파초는 예로부터 관상용 식물로 인기가 높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운치가 좋아 시문학 속에서 자주 등장했다.

바나나 닮았지만 먹기엔 적합하지 않아

파초의 열매는 겉보기에는 바나나와 닮았지만 실제로는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 파초 열매는 크기가 작고 단단하며 내부에 단단한 씨앗이 많이 들어 있다. 바나나가 인공적인 교배와 재배 과정을 통해 씨앗이 거의 없는 형태로 발전한 반면 파초는 자연 상태 그대로 남아 있어 과육이 적고 맛이 떫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파초의 열매를 과일처럼 먹지는 않는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파초의 열매나 줄기 또는 어린잎을 약용이나 식용으로 제한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파초의 뿌리나 줄기를 삶아 먹거나 잎을 음식 포장재로 사용하는 전통이 있다.

한국에서도 파초는 오래전부터 재배된 기록이 있다. 세종실록지리지나 동의보감 등의 문헌에 따르면 조선 시대부터 이미 파초가 관상용으로 심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부 지방의 따뜻한 기후에서는 파초가 비교적 잘 자라서 사대부가의 정원이나 절집의 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파초의 잎은 비에 젖을 때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운치 있어 시인이나 화가들이 즐겨 소재로 삼았다. 조선 중기 시인 윤선도나 정약용의 글에도 파초가 자주 등장하며 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고요함과 사색, 덧없음의 상징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한국에서는 남해안이나 제주도 등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관상용으로 파초를 기르는 경우가 있다. 다만 열매를 수확해 먹는 목적보다는, 그 풍성한 잎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감상용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내에서도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추면 작은 화분 형태로 키울 수 있지만 겨울철 저온에는 약하기 때문에 실내 보온이 필요하다.

파초는 겉모습은 바나나와 유사하지만 열매를 과일처럼 먹지는 않으며 한국에서도 오랜 세월 관상용으로 사랑받아 온 이국적인 식물이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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