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계란 속 정체불명의 '빨간 점', 알고 보니 의외의 정체

2025-11-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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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속 빨간 점, 무엇일까?
알고 보면 놀라운 계란의 비밀

부엌에서 계란을 깨뜨리다 보면 순간 손이 멈출 때가 있다. 노른자 옆에 찍히듯 보이는 ‘빨간 점’ 때문이다. 얼핏 보면 피가 섞인 듯 보여 불쾌감이 들고, 혹시 상한 건 아닌지, 먹어도 괜찮은 건지 걱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선한 계란일수록 오히려 빨간 점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며 “이물질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계란 속 빨간 점, 정체는 혈반 / kathrinerajalingam-Shutterstock.com
계란 속 빨간 점, 정체는 혈반 / kathrinerajalingam-Shutterstock.com

● 신선함의 증거, ‘빨간 점’의 정체는 혈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계란 속 하얀 끈은 ‘알끈’이라 불리며 노른자가 중심을 유지하도록 잡아주는 단백질 조직이다. 이 역시 이물질이 아니라 계란의 신선도를 보여주는 단서다. 알끈이 선명할수록 신선한 계란이다.

문제의 빨간 점은 바로 ‘혈반(血斑, Blood Spot)’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닭의 난소나 난관의 미세 혈관이 터지며 아주 소량의 혈액이 난황 표면에 붙는 것”이라며 “병이나 부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 혈반은 점차 희석돼 사라지므로 빨간 점이 선명할수록 신선한 계란이라는 뜻이다.

혈반이 있다고 해서 먹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식약처는 “혈반은 인체에 무해하므로 숟가락으로 살짝 걷어내거나 그냥 조리해도 상관없다”고 안내한다. 생식도 가능하지만, 찜이나 구이로 가열해 먹으면 더욱 안심할 수 있다.

계란 껍데기 반점 / Arnont.tp-Shutterstock.com
계란 껍데기 반점 / Arnont.tp-Shutterstock.com

● 누런 반점은 ‘육반’, 닭의 생리적 현상

빨간 점 외에 노른자 주변에 누런색이나 갈색 반점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육반(肉斑)’이라 부르며, 달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닭의 수란관 벽 조직이 떨어져 함께 들어간 것이다.

닭의 스트레스, 더운 날씨, 사료 상태 등 다양한 이유로 생길 수 있지만, 혈반·육반 모두 생리적 부산물로 인체에 무해하다.

계란 껍데기에 있는 작은 얼룩이나 반점 역시 불량이 아니다. 닭마다 난각 색소 침착이 달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색 변화다. 같은 닭이라도 매번 비슷한 패턴의 반점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 신선한 계란, 이렇게 고르고 보관하자

계란의 신선도는 깨뜨리지 않아도 구분할 수 있다. 껍데기가 고르고 광택이 있으며, 흔들었을 때 소리가 나지 않으면 신선한 편이다. 물에 넣었을 때 가라앉으면 좋은 계란이고, 떠오르면 오래된 계란이다. 깨보았을 때 흰자가 퍼지지 않고 노른자가 봉긋하게 올라와 있으면 최상급 신선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달걀 등급 판정제’를 통해 품질을 구분한다. 내용물의 신선도와 외관 상태에 따라 1+, 1, 2, 3등급으로 나뉘며, 시중 유통 제품의 대부분은 1등급 이상이다.

계란 / Wor Jun-Shutterstock.com
계란 / Wor Jun-Shutterstock.com

구입 후에는 냉장고 문 쪽이 아닌 안쪽 깊은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문 쪽은 온도 변화가 잦아 품질이 빨리 떨어질 수 있다. 또 세척되지 않은 계란은 껍데기의 보호막(큐티클)이 남아 있으므로, 다른 식품과 접촉하지 않게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계란을 물로 씻는 것은 피해야 한다. 보호막이 사라지면 세균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겉면 오염물은 마른 행주로 닦아내는 정도가 가장 안전하다.

보관 시 뾰족한 쪽을 아래로 두는 이유도 있다. 평평한 쪽에는 공기층(기실)이 있어 이를 아래로 두면 세균이 난황에 닿기 쉽기 때문이다. 또 껍질째 냉동하면 내부 팽창으로 껍데기가 갈라지며 세균이 침투할 위험이 높다. 내용물만 따로 얼릴 수는 있지만, 위생상 가정에서는 권장하지 않는다.

유튜브, 식품의약품안전처

● 색깔은 달라도, 영양은 같다

계란 껍데기 색깔에 따른 영양 차이는 전혀 없다. 닭의 품종에 따라 색이 다를 뿐이다. 갈색 닭은 갈색 계란을, 흰 닭은 흰 계란을 낳는다.

식약처에 따르면 계란은 수분 약 76%, 단백질 12.6%, 지방 9%, 탄수화물 0.7%로 구성된 고단백·저탄수 식품으로,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하다.

계란 프라이 / ZCOOL HelloRF-Shutterstock.com
계란 프라이 / ZCOOL HelloRF-Shutterstock.com

● 한국인의 식탁, 늘 계란 한 알

무엇보다 계란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국민 음식이다. 밥상, 도시락, 라면, 김밥, 반찬, 빵 등 어디에나 어울린다. 값이 저렴하고 영양이 높아 ‘가성비 영양식’으로 사랑받는다.

계란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정서적 음식이기도 하다. 도시락 속 반숙 계란, 명절 차례상의 삶은 계란, 늦은 밤 라면 위의 계란 한 알까지, 한국인의 추억 속에는 언제나 계란이 있다.

결국 우리가 “이게 뭐야?”라며 놀랄 법한 계란 속 빨간 점의 정체는 신선함의 증거이자 생명의 흔적이다. 불안해할 필요도, 버릴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것은 오늘도 우리의 식탁 위를 지키는 ‘작은 완전식품’의 생명력일지도 모른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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