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걸까? 돼지고기에 금속처럼 빛나는 푸른빛의 정체, 알고보니…
2025-11-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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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의 비밀: 왜 푸르스름한 빛이 날까?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거나 냉장고 속 고기를 꺼냈을 때, 선홍색이거나 옅은 분홍색이어야 할 돼지고기가 예상치 못하게 푸른빛이나 초록빛을 띠는 현상을 발견하고 놀라는 경우가 있다.

고기가 상한 것이 아닌지, 혹시 독성이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바로 버리는 소비자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붉은색이 아닌 푸른색이나 무지갯빛을 띠는 돼지고기의 대부분이 상한 것이 아니며, 특정 화학적 반응에 의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1. 푸른빛의 정체: '미오글로빈 산화'와 '빛의 간섭'
돼지고기 표면에서 푸른빛이 도는 주된 원인은 두 가지로 설명된다. 핵심은 고기의 색소를 담당하는 미오글로빈(Myoglobin)과 빛의 간섭 현상이다. 고기는 주성분인 단백질과 미오글로빈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오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여 고기에 붉은색을 부여하는데, 고기가 도축 후 공기나 빛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보관 중 산화가 일어나면 미오글로빈의 화학 구조가 변형된다. 이 변형된 구조가 빛을 반사하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청색, 녹색, 무지갯빛으로 보이게 한다.

이는 금속 물질을 보았을 때 표면의 얇은 막이 빛을 굴절시켜 여러 색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특히 고기를 얇게 썰거나 진공 포장 후 해동했을 때, 또는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의 단면에서 이러한 현상이 흔하게 발생한다. 이 외에도 드물게 고기 속의 철분 성분과 미생물이 만들어낸 황 성분이 반응하여 황화철을 생성하면서 푸르스름한 색을 띠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고기의 변질이라기보다는 화학적 반응에 가깝다.
2. 푸른 고기, 냄새 없으면 '섭취 안전'
대부분의 푸른빛은 미오글로빈의 산화나 빛의 간섭 현상이므로, 냄새나 점액질 등의 변질 징후가 없다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고기가 상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냄새와 점액질이다. 푸른색이 돌더라도 쉰 냄새나 역한 냄새가 나지 않고, 표면이 끈적거리거나 점액질을 띠지 않는다면 섭취하는 데 문제가 없다.

또한 푸른빛을 띠는 고기는 열을 가해 조리하면 색소가 변성되면서 우리가 익숙한 갈색빛으로 돌아오므로, 외관상의 거부감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열을 가해 조리하는 과정에서 잠재적인 미생물 문제도 해결된다. 다만, 푸른빛이 아닌 회색이나 짙은 녹색을 띠면서 동시에 강한 악취가 나거나 표면이 끈적거린다면 이는 세균 번식에 의한 명백한 변질이므로, 즉시 폐기해야 한다.
3. 푸른빛 현상을 최소화하는 보관법
미오글로빈의 산화는 공기 노출에 의해 촉진되므로, 가정에서 고기를 보관할 때 이를 최소화하면 푸른빛 현상을 줄일 수 있다. 고기를 구매 후 바로 먹지 않을 경우,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기 위해 진공 포장하거나 랩으로 꼼꼼히 감싼 후 밀폐 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특히 냉동 고기를 해동할 때는 급격한 온도 변화와 공기 노출을 피하기 위해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처럼 돼지고기의 푸른빛은 대부분 고기의 품질 문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당황하지 말고 냄새와 점액질 여부를 확인하여 현명하게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