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사실상 무죄 확정?...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

2025-11-0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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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결재 끝났는데 자정 직전 ‘항소 금지’ 지시 내려와” 반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스1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스1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를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수사팀이 제출 직전까지 준비했던 항소장이 철회되고,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내부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법무부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독립성 훼손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대장동 사건은 핵심 인물 5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변호사 남욱·정민용 씨, 회계사 정영학씨 재판에 넘겨진 부패 사건이다. 이들은 개발이익 배분 구조를 조작해 민간에 수천억 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1심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김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하고, 남 변호사에게 징역 4년, 정 회계사에게 징역 5년, 정 변호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내리면서도 ‘특경법상 배임’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공판팀은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항소를 준비했다. 항소 이유로는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 부당 등이 제시됐다. 서울중앙지검은 5일 대검 반부패부에 항소 승인 요청을 올렸고, 7일 자정 이전에 제출하기 위해 항소장을 작성해 결재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하지만 마감 4시간 전, 대검으로부터 재검토 지시가 내려왔다. 이후 지휘부의 결단이 미뤄진 끝에 항소 시한이 지나면서 항소장은 접수되지 않았다.

수사팀은 “모든 결재가 끝났는데 자정 직전 ‘항소 금지’ 지시가 내려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항소 포기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일부 검사는 항소장 접수를 위해 법원까지 대기했지만 최종적으로 “대검과 지검장 불허로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항소 포기의 결정권은 원칙적으로 각 지검장에게 있지만, 대형 사건의 경우 대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에도 그 절차는 밟았으나, 그 과정에서 법무부 의견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9일 입장문에서 “통상적인 중요 사건처럼 법무부 의견도 참고했다”며 “판결 취지, 항소 기준, 사건 경과를 종합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대검 지시를 따르지만 중앙지검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난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결재가 모두 끝난 사안을 뒤집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법무부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 차원의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 포기 배경에 법무부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검은 초기에 ‘항소 필요성’을 인정한 보고서를 법무부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법무부가 반대 의견을 냈고, 대검 지휘부가 이를 수용했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공판을 담당했던 강백신 대전고검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수사팀 및 공판팀은 대검에서 내부적으로도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한 후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했지만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정치적 파장도 낳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현재 재판이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1심에서 검찰이 주장한 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만큼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되면 이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대통령에게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이 통상 ‘기계적 항소’를 하던 관행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만 예외를 둔 점도 논란을 키웠다. 검찰은 과거 구형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도 상소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항소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 내부의 반발이 이어지자 노만석 대행은 “조직의 의견을 경청하고 숙고 끝에 결정했다”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찰의 독립성이 흔들렸다”는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 반발에 "조직적인 항명에 가담한 관련자 모두에게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수사팀을 겨냥했다. 여권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 사건으로 꼽는 대장동·대북송금 사건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특검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는 단순한 절차상의 판단을 넘어 검찰 조직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이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가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이번 결정으로 피고인들에게 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사라졌고, 대장동 본류 사건을 포함한 이후의 재판 구도도 큰 변화를 맞게 됐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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