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1.5m 포크레인으로 파서 수확... 3년 버티면 돈을 쓸어담는다는 채소

2025-11-0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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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대로 내려가도 할 만한 농사”

마 수확 모습 / EBS
마 수확 모습 / EBS
깊이 1.5m까지 뿌리를 내려 포크레인까지 동원해야 하는 작물. 워낙 약효가 좋아 산약(山藥)으로 부르며 한약재로도 쓰는 작물. 바로 '산속의 장어'로 불리는 마다.

EBS '한국기행'이 최근 진주 남강변의 마 수확 현장을 소개하며 이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는 백합목 마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한약재로 쓰일 때는 산약이라 불린다. 산에서 나는 귀한 약이라는 뜻이다.

영상에서 진주 남강변에서 마 농사를 짓는 주우제씨 농장에서는 대규모 굴착기를 앞세워 수확이 한창이었다. 마의 뿌리는 깊이 1.5m까지 내려가 대형 장비 없이는 수확이 불가능하다. 주씨는 "이 사람들이 전문가"라며 "포크레인으로 하는데도 부러뜨리지 않고 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장비가 없던 옛날에는 마 농사가 장한 남자들의 몫이었다. 상처 없이 온전하게 캐야 하기에 섬세한 손길도 필요하다. 텃밭에서 소소하게 키우기엔 무리가 있는 작물이다.

진주 마 / EBS
진주 마 / EBS

주씨는 "사질토 땅이 엄청 좋다"며 "이 지역이 토질이 그만큼 좋고, 특히 마나 우엉은 사질토 아니면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남강변은 물 빠짐이 좋은 모래에 참흙이 섞여 있어 뿌리채소 재배 적지다.

마는 종자 파종 후 1년간 키우고 수확 후 창고에서 또 1년을 보관한 뒤 다음 해에 심어야 수확할 수 있다. 수확까지 3년이나 걸린다. 마를 키우는 농가가 많지 않은 이유다.

수확한 마는 선별 작업을 통해 상품으로 거듭난다. 선별 기준은 두께와 모양이다. 일자로 곧게 뻗고 통통한 것이 최상품이다.

마는 면역력 강화 물질로 알려진 베타글루칸과 뮤신이 풍부하게 함유된 기능성 식품이다. 마를 자를 때 나오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바로 뮤신이다. 뮤신은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속이 쓰리거나 위염이 있을 때 먹으면 증상을 완화한다.

마에 함유된 디아스타제 성분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혈당을 정상적으로 회복하게 도와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풍부한 사포닌과 무기질, 항산화 성분이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과 가래를 없애주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진주 마 / EBS
진주 마 / EBS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소화를 잘되게 하며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배탈, 설사 등의 증상 개선을 돕는다. 비타민 B1 복합체의 일종인 콜린은 지방간을 예방하는 데 효능이 있으며 간을 보호해 피로회복과 숙취해소에 좋다.

글루탐산·아스파르트산 등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먹으면 체력과 남성의 스테미나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해 마가 '산에서 나는 장어'라 불린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마는 성질이 따뜻해 기력을 보강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으며 소화불량 개선에 탁월하다. 신농본초경에는 "소화기를 상했거나 몸이 허약하고 마른 것을 보하고, 속을 보하고 기력을 더해주며, 근육을 늘려주며, 오랫동안 복용하면 귀와 눈을 총명하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면서 쉽게 배고프지 않게 하며 천수를 늘려준다"고 기록돼 있다.

마는 생으로 먹었을 때 영양소를 최대로 섭취할 수 있다. 익히면 뮤신 등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마 껍질에 묻은 흙을 깨끗이 털고 껍질을 깐 뒤 생으로 참기름이나 소금을 넣은 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주씨 농장에서는 마를 갈아 전으로 부쳐 먹기도 하고, 우유나 바나나를 넣어 갈아 음료로 만들어 마신다.

다만 마의 껍질에는 옥살산칼슘이 있어 만지면 손에 가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식초 물이나 소금을 문지르면 중화된다. 마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진주 시내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마를 넣은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빵 반죽에 마를 넣어 지역의 색깔을 살렸고, 밀가루 대비 20%의 마를 넣어 부드러운 빵을 만들었다. 사장은 "이 지역에 있는 가장 건강한 농산물로 빵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는 한국의 농촌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즐겨 먹었다. 단맛과 아삭거리는 식감으로 별미였고, 칡과 더불어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다. 백제 무왕이 신라에서 마를 팔면서 아이들에게 서동요를 가르쳤다고 전설도 전해진다.

다만 도시에서는 아는 사람만 먹는 마이너한 채소인 것도 사실이다. TV나 잡지 등에 보도돼 건강에 이롭다는 점이 알려지고 나서도 크게 대중화되지 않았다. 큰 시장이나 할인매장에 가야 구할 수 있다.

다른 나라 사정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마를 야마이모라 부르며 매우 대중적으로 먹는다. 일본에서는 마를 갈아낸 토로로를 밥에 얹거나 미소국에 넣기도 하고,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키의 반죽에도 마를 갈아 넣는다.

마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의 열대우림 지역이다. 열대우림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녹말작물이어서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마 생산량의 70~76%를 차지한다. 가격이 비싸서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재배가 매우 어렵기에 아프리카에서는 일반적으로 남자가 기르는 작물로 꼽힌다.

한국에서 마가 비싼 이유는 재배 면적이 작은 데다 캐는 데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터넷몰에서 1kg에 1만원가량에 팔린다. 품질이 좋은 건 훨씬 비싸다.

주씨는 "마 농사를 짓고 나서부터 생활의 이유가 생겼다“라면서 ”몇 대로 내려가도 할 만한 농사"라고 말했다. 주씨의 농장엔 두 아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큰아들은 10년 넘게 마 농사를 지었다. 큰아들은 "직장 다니는 것보다 농사 수입이 1.5배에서 2배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아들은 회사 생활을 하다 1년 전 농장에 합류했다.

진주 마에 대해 소개하는 EBS 다큐 유튜브 채널의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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