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도 근로자?…13년 밀린 월급 7억 요구한 스님에 법원 판단은
2025-11-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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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300만원에 퇴직시 포교당 차려 준다” 약속

스님이 법당에서 예불드리고 주지 스님을 돌본 것은 ‘근로’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1민사부는 최근 승려 A 씨가 사단법인 B를 상대로 제기한 6억9500만원 규모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A 스님은 한 사찰의 대표 C 스님으로부터 2010년 3월 "월급 300만원을 주고 퇴직할 때 서울에 포교당을 차려 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A 스님의 주된 업무는 매일 법당에서 하루 세 번의 예불을 드리고, 지병을 앓고 있던 C 스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업무 수행을 하고, 사찰 교화원이 있는 사찰 소유 건물을 청소·관리하는 것이었다.
C 스님이 사망한 이후 사찰의 이사는 “C 스님이 한 약속을 지킬 테니 새로운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건물 관리와 법당 기도를 계속해 달라”고 요구해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사찰 측이 계속 약속을 외면하자 스님은 사찰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A 스님은 “13년 9개월 동안 미지급한 임금 4억 9500만원과 근로에 대한 대가로 서울에 포교당을 차려준다고 약속한 2억원을 합한 6억 9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A 스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승려로 하루 세 번의 예불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예불과 관련해 맡은 구체적인 업무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근무 시간 및 근무 장소를 지정했고 이에 구속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A 스님과 사찰이 근로계약을 맺은 지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C 스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닌 것은 개인적인 약속에 의한 것일 뿐 사찰의 근로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C 스님이 A 스님에게 이 사건 건물의 관리 등을 지시하면서 월급과 포교당을 차려주기로 한 것은 맞지만 사찰 측이 A 스님에게 그러한 지시나 약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종교인의 노동법적 지위에 대해 종교계 내부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