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인데…공개되자마자 '국내 1위·글로벌 3위' 찍은 넷플 '한국 드라마'

2025-11-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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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작들 사이에서 당당히 '톱3' 이름 올린 넷플릭스 새 한국 드라마

넷플릭스 신작 ‘당신이 죽였다’가 공개 이틀 만에 국내 1위, 글로벌 3위에 오르며 또 한 번 ‘K-스릴러’ 저력을 입증했다.

주요 장면. / 유튜브 '출발! 비디오여행 : MBC 공식 채널'
주요 장면. / 유튜브 '출발! 비디오여행 : MBC 공식 채널'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당신이 죽였다’는 넷플릭스 TV 부문 글로벌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다. 11월 7일 전 세계 공개 후 불과 48시간 만의 성적이다. 국내와 베트남에서는 나란히 1위를 차지했고, 총 60개 국가 및 지역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공개 직후부터 ‘위쳐’ 등 대형 시리즈 사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끝낼 수 없는 현실”

‘당신이 죽였다’는 평범한 일상을 살던 두 여성이, 폭력과 공포가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살기 위해 살인을 선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이 원작이며, ‘악귀’ ‘VIP’ 등을 연출한 이정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의 탄탄한 구조에 한국적 정서와 사회적 현실을 입혀 재탄생시켰다.

드라마는 가정폭력이라는 절망적인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두 여자의 결단, 그리고 그 선택 이후의 파국적 결과를 그린다. ‘죽였는가’보다 ‘왜 그렇게 됐는가’에 집중한 서사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인간의 심리, 죄책감, 생존 본능까지 깊이 파고든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답게 강도 높은 폭력 묘사와 심리적 긴장이 이어지지만,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인물의 감정 변화와 선택의 무게에 초점을 맞춘 연출이 돋보인다.

'당신이 죽였다' 주연 이유미와 전소니. / 넷플릭스 제공
'당신이 죽였다' 주연 이유미와 전소니. / 넷플릭스 제공

전소니·이유미, 심리 깊이를 보여준 투톱 연기

‘당신이 죽였다’ 중심에는 배우 전소니와 이유미의 연기가 있다. 전소니는 차가운 듯 침착한 표정 뒤에 숨은 죄책감과 불안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긴장감을 조율한다. 반면 이유미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생존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며, 두 사람의 대비된 감정선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이들의 연대는 단순한 ‘공범’ 관계를 넘어, 상처받은 두 인간이 서로를 통해 살아남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가’라는 경계가 흐려지며, 시청자는 두 인물의 선택을 도덕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원작과의 차별화…‘한국형 스릴러’ 진화

'원작과 드라마 차이점은?' / 예스24, 넷플릭스 제공 자료 바탕으로 제작한 이미지. / 위키트리
'원작과 드라마 차이점은?' / 예스24, 넷플릭스 제공 자료 바탕으로 제작한 이미지. / 위키트리

원작 ‘나오미와 가나코’는 일본 특유 미스터리 중심 서사로 전개됐지만, 한국판 ‘당신이 죽였다’는 인물 심리와 사회적 맥락에 방점을 찍었다. 단순히 범죄를 저지른 두 여성이 아닌, 폭력에 갇힌 사회 속에서 벗어나려는 두 인간으로 그린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정림 감독은 에피소드마다 긴장 리듬을 치밀하게 조절하고, 카메라 앵글과 조명으로 인물의 내면을 시각화했다. 대사보다는 표정, 침묵, 공간 연출을 통해 불안과 공포를 표현한 방식은 최근 한국 스릴러의 미학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넷플릭스가 한국형 서스펜스에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인자o난감’ ‘수리남’ 등 한국 오리지널이 보여준 리얼리티 기반 스릴러 감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되면서, 이번 작품이 그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폭발적 반응의 배경 – “공감 가능한 현실 공포”

‘당신이 죽였다’의 폭발적 흥행에는 몇 가지 명확한 이유가 있다. 첫째, 작품이 다루는 ‘가정폭력’과 ‘여성의 생존’이라는 주제가 사회적 공감대를 자극했다. 단순히 살인을 다룬 스릴러가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둘째, 현실적인 폭력 묘사와 심리적 리얼리티가 기존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시청자들은 이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셋째, 글로벌 시장에서 ‘여성 중심 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흐름도 작용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더 글로리’, ‘마이 네임’ 등 여성 캐릭터 중심 작품이 이미 호평받은 만큼, ‘당신이 죽였다’ 역시 그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당신이 죽였다' 출연진. (왼쪽부터)이무생, 전소니, 이정림 감독, 이유미, 장승조. / 넷플릭스 제공
'당신이 죽였다' 출연진. (왼쪽부터)이무생, 전소니, 이정림 감독, 이유미, 장승조. / 넷플릭스 제공

여성 시청층 ‘몰입’이 흥행 견인…사회적 논의로 번지는 여파

특히 여성 시청자층 반응이 두드러진다. 트라우마, 불안, 선택의 책임 같은 감정이 단순한 서사 장치가 아닌 실제적 체험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높은 몰입의 비결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라는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서사는 피해자 서사를 넘어선 새로운 여성 서사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공개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포럼에서는 가정폭력, 사회적 무관심, 법적 보호의 한계 등을 주제로 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 속 두 인물의 선택이 도덕적 파괴인지 사회 구조의 실패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시청자는 이 작품은 살인을 미화하는 게 아니라, 폭력의 구조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실제로 처한 절망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당신이 죽였다'가 남긴 질문

‘당신이 죽였다’는 단순한 스릴러로 소비되지 않는다. ‘폭력 이후의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살기 위해 선택한 죄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사회는 피해자를 어디까지 보호하는가’ 등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결국 시청자들이 이 작품에 몰입한 이유는 자극이 아니라 ‘진심’에 있다. 드라마가 보여준 인간의 절망과 생존, 그리고 연대의 감정이 오늘날 사회의 단면을 정직하게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죽였다’는 지금 이 순간, 한국형 서스펜스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자 증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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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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