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반찬인데... 유럽에선 고급 레스토랑 메뉴인 신기한 해산물

2025-11-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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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채취한다는 이 해산물의 정체

거북손 채취 모습. / EBS
거북손 채취 모습. / EBS

파도와 맞붙은 갯바위. 거센 물살이 바위를 때리는 그곳에 거북의 손을 닮은 기묘한 생명체가 다닥다닥 붙어 살아간다. 한국에선 민박집 반찬으로 소박하게 나오지만 바다 건너 유럽에선 고급 레스토랑 메뉴로 변신하는 이 해산물의 정체는 바로 '거북손'이다. 최근 EBS ‘극한직업’에서 소개된 거북손에 대해 알아봤다.

거북손 채취 모습. / EBS
거북손 채취 모습. / EBS

거북손은 절지동물문 갑각아문에 속하는 자루형 따개비류다. 생김새가 거북이 손을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국 남해안 지역에선 '보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서태평양 등지에서 서식한다. 몸길이는 3~5cm다. 몸의 위쪽 끝은 손톱 모양이며 큰 각판을 이룬다. 자루 부분에는 미세한 각판이 비늘 모양으로 덮여 있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거북손은 암반 조간대 하부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만조 때 체와 같은 가슴다리를 이용해 물속의 플랑크톤을 걸러서 섭식한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최전선, 즉 조간대 중에서도 파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바깥쪽 바위에 단단히 뿌리내려 산다. 만조 때는 먹이 활동을 하고, 간조 때는 극한 환경을 견뎌내며 생존한다. 수십 개씩 떼 지어 바위에 붙어살며 따개비류와 같이 자웅동체다.

채취 작업은 위험하다. 통영 우도 인근의 작은 섬에서 작업자들은 물때에 맞춰 거북손을 따기 위해 거친 갯바위 위에서 파도와 바람을 견뎌낸다. 육지에서 가까운 곳엔 거북손이 없다. 위험한 곳에 더 많이 붙어 있기에 오직 숙련된 어업 허가자만이 접근할 수 있다. 하루 평균 1인당 20~30kg을 채취하기 위해 극한의 노동이 이어진다.

거북손 / 국립생물자원관
거북손 / 국립생물자원관

거북손 채취에는 반드시 망치와 끌이 필요하다. 갯바위처럼 딱딱한 거북손을 떼어내려면 단단한 망치로 두드려야만 한다. 거북손은 살겠다고 바위 틈 사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칼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손을 잘못 내려치는 경우도 허다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작업자들은 끝은 거북손 뿌리에 깊이 들어가고 머리쪽은 망치에 잘 맞게 제작한 특수 끌을 사용한다.

파도와 갯바위가 맞닿는 곳에 가장 큰 거북손이 있다. 자칫 중심을 잃었다간 그대로 파도에 휩쓸려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작업자들은 온 신경을 집중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만조가 될 때까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거북손을 채취하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쓴다. 부지런을 떤 덕에 수확량이 만족스러워도 체력은 방전 상태다.

거북손 / 국립생물자원관
거북손 / 국립생물자원관

수확한 거북손은 당일 바로 소금물에 데쳐서 보관해야 한다. 살만 먹는 거북손은 손으로 하나씩 까줘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딱딱한 부분을 손으로 잡고 조금 덜 딱딱한 윗부분을 돌려서 깐 다음 속살이 보이면 젓가락으로 찔러서 꺼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거북손은 독이 없어 날로도 먹을 수도 있다. 삶아 먹으면 살이 쫄깃해서 국으로 끓여 먹는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다섯 봉우리가 솟은 산이라는 뜻의 '오봉호'라고 기록했고 맛이 달콤하다고 표현했다. 오징어 같은 식감에 대게와 조개를 섞은 듯한 맛이 난다고 한다. 쫄깃한 식감에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거북손을 넣어서 만든 죽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쫄깃한 거북손과 해초는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 거북손과 채소에 새콤달콤한 장을 넣고 잘 버무려 만든 거북손 무침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서실을 넣어 만든 해초 비빔밥에 거북손까지 넣으면 별미다. 된장국에 넣고 끓이면 시원하고 들큰한 감칠맛이 좋다.

거북손에는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과 신진대사를 촉진해주는 숙신산이라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로회복에 좋고 간기능 회복에 탁월하다. 또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해 원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셀레늄과 비타민 B12도 많아 항산화 작용을 하고 치매예방 및 뇌세포 활성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식재료였으나 KBS2 '1박 2일' 만재도 편에서 소개돼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tvN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도 소개됐다.

거북손 / 국립생물자원관
거북손 / 국립생물자원관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거북손이 고급 식재료로 쓰일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다양한 요리로 활용해 먹을 만큼 유럽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스페인에서도 고급 식재료로 취급돼 어부들이 해안 절벽에 매달려 위험한 채취 작업을 하는 다큐가 방영되기도 했다. 거북손과 감자를 넣고 소금만 넣어 조리하는 가정식 요리가 대표적이다.

거북손 / EBS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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