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 잠든 배가 깨어났다…태안 앞바다서 '학계 뒤흔든' 유물 우르르
2025-11-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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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모습 드러내
충남 태안 앞바다, 이른바 ‘바닷속 경주’로 불리는 해역에서 수백 년 전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또 하나의 난파선 흔적이 새롭게 발견됐다. 오랜 세월 물속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타임캡슐’이 열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연구소는 음파를 활용한 수중탐사 장비로 해저를 조사하던 중 선체 일부로 추정되는 흔적을 포착했으며, 잠수사를 투입해 확인한 결과 놀라운 유물들을 발견했다. 현장에서는 청자 다발 2묶음(총 87점)과 함께 목제 닻, 닻돌, 볍씨, 밧줄, 선체 조각 등이 나왔다. 특히 청자는 접시 65점, 완(사발) 15점, 잔 7점으로 구성되었으며, 형태와 문양 분석 결과 1150년에서 1175년 사이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유물의 구성과 양상이 기존에 발견된 마도 1·2호선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 흔적이 태안 마도 해역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난파선, 이른바 ‘마도 5호선’의 존재를 가리키는 강력한 단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청자 다발과 함께 목제 닻과 닻돌이 출수된 점은 당시 선박 구조와 항로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실록'에도 기록된 조운선의 험로

마도 해역은 서해 연안 항로 중에서도 조류가 거세고 암초가 많아 예로부터 뱃길이 험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 수도로 세곡과 공물을 운반하던 조운선(漕運船)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구간이었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따르면, 1392년부터 1455년 사이 약 60년 동안 태안 안흥량 일대에서 무려 200척에 달하는 선박이 난파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해역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마도 1·2·3호선(고려시대)과 마도 4호선(조선시대) 등 총 네 척의 난파선 흔적이 잇따라 발견된 바 있다.
조선시대 선박의 실물 '마도 4호선' 인양 완료

연구소는 네 번째로 확인된 마도 4호선(조선시대)의 인양 작업도 최근 마무리했다. 마도 4호선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약 1420년경 침몰한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선체 내부에서 대량의 곡물과 함께 출발지와 목적지가 적힌 목간이 발견되어 나주에서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조운선이었음이 확인되었다.
마도 4호선은 앞부분과 중앙에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였으며, 국내 고선박에서 처음으로 선체 수리에 쇠못이 사용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조선시대 선박의 실물을 확보한 첫 사례이자 해양유산의 기술적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현재 인양된 선체 조각은 태안 보존센터로 옮겨져 보존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내년에 이번 유물 다발 주변 해역에 대한 구체적인 발굴 조사를 진행하여 ‘마도 5호선’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