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23년간 몸담은 조직이 안팎으로 무너져 가고 있다”

2025-11-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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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봉숙 검사, 노만석 권한대행 '대장동 항소 포기' 공개 비판

공봉숙 서울고등검찰청 공판부 검사 / 연합뉴스
공봉숙 서울고등검찰청 공판부 검사 / 연합뉴스

공봉숙 서울고등검찰청 공판부 검사(사법연수원 32기)가 1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7일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데 대한 공개 비판이다.

공 검사는 "도대체 이렇게 한줄도 공감이 되지 않는 희귀한 입장문은 처음이라, 제가 눈치채지 못한 깊은 뜻이 있나 여러 번 다시 읽어봤다"며 노 권한대행의 입장문을 전면 비판했다.

노 권한대행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이유를 밝힌 입장문에서 "대장동 사건은 일선 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라면서 "이는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저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공 검사는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고려를 한 것인지 검토서 같은 게 있으면 공유를 좀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제14조를 언급하며 "항소기준이란 게 설마 '구형 대비 1/2 미만 항소'를 말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일부라도 무죄가 선고되면 지침 제17조에 따라 항소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이 사건 내용 자체가 중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번복 가능성, 상소 실익이 없나. 없으면 없다고 잘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공 검사는 "결국 항소포기의 근거로 든 여러 가지 중 실제 '항소포기'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은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했다'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에서 누가, 어떤 의견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주었기에 수사공판팀의 거듭된 항소 제기 의견에 불구하고 항소를 포기하도록 결정했다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달라"고 했다.

노 권한대행이 "검찰총장 대행인 제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공 검사는 "총장대행이 실제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고, 중앙지검장은 끝까지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입장문을 냈다"고 반박했다.

공 검사는 "'검찰총장 대행인 제 책임 하에'라는 문구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법무부의 책임은 없다는 의미 같다"며 "장관에 대한 충성심은 느껴지지만,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조직을 책임지려는 자세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 권한대행이 "장기간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일선 검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늦은 시간까지 쉽지 않은 고민을 함께 해 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께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공 검사는 "어떤 기자분이 '수상소감이냐'고 한 것을 보았는데 보는 저도 창피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 청문회, 상설특검 운운 하면서 대장동, 대북송금 등 수사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검찰 구성원들이 바라는 검찰 수장의 모습은 정권의 의사를 그대로 하달하는 통로가 아니라 고난과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검찰 구성원들이 소신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아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 검사는 "대행님, 간청하건대 마지막 공감능력을 발휘해 '미안하다', '고맙다'고 할 것이 아니라, 검사들이 어떤 점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억울하게 생각하고, 궁금해하고, 바라는 게 무엇인지 살펴달라"며 "그러면 대행이 지금 할 일이 무엇인지 아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 검사는 "사건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지만 일선 검사 중 1명으로서, 서울고검 공판부 검사의 1명으로서, 23년간 몸담았던 조직이 안팎으로 무너져 가고 있는 현실을 참담하게 바라보는 검찰 조직원의 1명으로서 총장대행의 입장문에 대한 의문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공 검사는 윤석열 정권 시절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재직하며 김건희 여사 허위 학력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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