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돈 없다더니...캐리어에 4억 옮기던 부부 CCTV에 딱 걸렸다

2025-11-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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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지자체 합동수색…현금·명품·순금 줄줄이 압류

세금을 내지 않고 호화생활을 이어가던 고액·상습 체납자들이 국세청의 합동수색에 잇따라 적발됐다.

캐리어에 은닉한 현금 / 국세청 제공
캐리어에 은닉한 현금 /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서울시와 경기도 등 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재산은닉 혐의가 있는 고액·상습체납자 18명을 대상으로 합동수색을 벌였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조세정의 실현’과 부처 간 협력 강화를 실제 행정에 반영한 사례로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진행됐다.

국세청과 지자체는 재산은닉 혐의정보와 CCTV, 공동주택 관리정보 등을 공유하며 수색대상과 장소를 확정하고 잠복과 탐문을 병행했다. 그 결과 현금 5억 원과 명품 가방 수십 점, 순금, 고가 시계 등 총 18억 원 상당의 자산이 압류됐다. 압류된 물품은 각 기관이 선 압류권자로서 공매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 벽장 속 금괴, 캐리어 속 현금…은닉 재산 수법

이번 수색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교묘한 재산 은닉 수법이 드러났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수십억 원을 내지 않은 체납자 A 씨는 실제 거주지를 숨기고 타인 명의 주택에 은신하며 그 안에 값비싼 물품을 쌓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오렌지색 종이박스 펼쳐보니 … 방안 가득 명품 에르메스 가방, 60점 모두 압류 / 국세청 제공
오렌지색 종이박스 펼쳐보니 … 방안 가득 명품 에르메스 가방, 60점 모두 압류 / 국세청 제공

합동수색반은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해 임차보증금으로 보이는 자금 흐름을 파악했고, 잠복 끝에 A 씨의 실거주지를 특정했다. 문을 열자 방 안에는 오렌지색 종이상자가 여러 개 쌓여 있었고, 안에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가방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현장에서 순금 10돈과 미술품 4점이 함께 발견되면서 총 9억 원 상당의 자산이 압류됐다. A 씨는 별다른 소득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자녀의 해외유학비와 소송비용 등 수억 원대 지출 내역이 확인됐다.

다른 체납자 B 씨는 압류 현장에서조차 침착하게 대응하며 강제징수를 회피하려 했으나 결국 꼼꼼한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현금 등 압류에도 태연하게 대응하던 체납자 … 철수 후 배우자가 수 억원 현금을 여행가방으로 몰래 옮기다 CCTV에 포착 / 국세청 제공
현금 등 압류에도 태연하게 대응하던 체납자 … 철수 후 배우자가 수 억원 현금을 여행가방으로 몰래 옮기다 CCTV에 포착 / 국세청 제공

결제대행업체 대표로 수억원의 종합소득세를 체납한 B 씨는 고가주택에 살며 매달 수백만 원의 월세를 납부하고 있었다. 합동수색반은 1차 수색에서 현금 1000만 원과 고가 시계 2점만을 발견했지만 B 씨의 태연한 태도에 의심을 품고 복귀하지 않고 잠복을 이어갔다.

이후 CCTV 관제센터를 통해 B 씨의 배우자가 현금이 든 캐리어를 몰래 옮기는 장면이 포착됐고 2차 수색으로 현금 4억 원과 고가 시계 2점을 추가로 압류했다. B 씨는 “생활비”라며 둘러댔지만 출처 불명의 현금 흐름과 고급 소비 패턴이 드러나면서 은닉 정황이 명확해졌다.

또 다른 체납자 C 씨는 사업자등록 없이 컴퓨터 보안 서비스를 운영하며 세금을 내지 않고 호화생활을 이어온 인물이었다.

사업자등록 없이 번 수입으로 고액의 월세, 소비 등 호화생활, 세금납부는 회피  … 명품 의류, 가방 등 압류  / 국세청 제공
사업자등록 없이 번 수입으로 고액의 월세, 소비 등 호화생활, 세금납부는 회피 … 명품 의류, 가방 등 압류 / 국세청 제공

C 씨는 법인 폐업 이후에도 개인 명의 계좌로 수입을 받아 신고를 누락했고, 뚜렷한 소득 내역이 없음에도 매달 수백만 원의 월세를 내며 고가 의류와 명품 가방을 구입해왔다. 합동수색반이 실거주지를 확인해 수색에 나선 결과, 명품 가방 6점과 귀금속 12점, 고가 의류 등 41점의 물품이 쏟아져 나왔다. 압류 규모는 총 5000만 원에 달했다.

이처럼 일부 체납자들은 납부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고 고가품을 사들이거나 해외송금, 타인 명의 거래를 통해 재산을 감추는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유튜브, 연합뉴스TV

◈ 국세청 “세금 회피하는 고액 체납자, 끝까지 추적”

국세청은 “납부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으면서 호화생활을 이어가는 악의적 체납자들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합동수색을 통해 확보된 정보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현장 중심의 체납관리로 조세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달 ‘고액체납자 추적 특별기동반’을 출범시켜 체납 발생 즉시 실태 확인부터 추적조사, 징수까지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국세 체납관리단’을 신설해 모든 체납자의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악의적 체납자는 엄정히 처벌하며 생계 곤란형 체납자에게는 경제적 재기를 돕는 맞춤형 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세금을 고의로 회피하며 호화생활을 하는 체납자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다하는 국민이 존중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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