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인 줄”…부산서 “으스스하다”는 유물 등장해 주민들 '깜짝'
2025-11-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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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설치에 주민들 반발
생태와 예술 사이, 이기대 공원의 딜레마
부산시가 이기대 일대를 세계적인 예술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시설물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예술공원의 관문 역할을 하는 오륙도 해맞이공원 내 ‘옛돌스트리트’가 있다.
부산시는 올해 초부터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사업'을 3단계에 걸쳐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예술공원의 관문인 이곳에는 연면적 6000여㎡ 오륙도 아트센터와 2500㎡ 크기의 탐방센터, '옛돌스트리트', 목조전망대 등이 들어온다.
‘옛돌스트리트’에는 옛돌문화재단이 기증한 석조 유물 65점이 전시될 예정인데, 이것이 주민들의 불만이 집중된 부분이다.
조선 초기부터 중기에 제작된 이 유물들은 일제강점기 해외로 반출됐다가 재단 이사장이 2001년 환수해 보관해온 뒤 부산시에 기증한 것이다.
전시품에는 사대부 무덤 앞에 세워지는 ‘문인석’을 비롯해 봉분 앞의 석등인 ‘장명등’, 마을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석장승’, 관청과 사찰의 불을 밝히던 ‘관솔등’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인근 3000 가구 아파트 주민들은 이 무덤 유물들로 인해 공원 분위기가 어둡고 으스스해졌다며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석상이 오래돼 곰팡이와 이끼가 낀 돌이라 그런지 무덤 분위기가 난다"라거나 "전설의 고향 같다", "낮에 봐도 으스스하다", "퐁피두가 들어오는 세련된 느낌의 예술공원과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이기대와 관련이 없는 유물인 거 같다"는 등의 글이 온라인상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
옛돌문화재단 관계자는 "이기대 공원에서 일본이 보인다고 부산시가 설명해, 일본에서 환수한 유물을 중심으로 기증한 것으로 역사적 의미는 있다"고 설명했다.
즉 단순한 돌 조각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의 귀환이라는 상징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정서적 반감이 심화되고 있어, 부산시가 예술공원 조성의 취지를 지키면서도 주민 불안을 해소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부산시가 이기대공원 일대를 보전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사업'으로 전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원석 부산시의원은 제332회 정례회에서 "이기대공원 일대는 2020년 공원일몰제 당시 시가 730억 원을 들여 사유지를 매입하고 '보전녹지·보전산지' 지정을 추진했던 지역"이라며, "몇 년 만에 대규모 예술공원으로 개발하는 것은 시의 정책 일관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기대 공원은 국가지질공원이자 해안가를 따라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이기대 예술공원은 부산시민 모두의 자연유산이자 도시 생태의 핵심 축이다. 문화예술을 명분으로 한 개발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과 생태적 가치를 중심에 둔 공원 관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