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허할 때 딱 좋은 따뜻한 보양식, 겨울철 몸을 살리는 '국 요리'
2025-11-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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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콜라겐, 겨울철 피부와 관절을 지키는 ‘스지탕’의 힘
겨울은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스지탕’은 피로와 한기를 동시에 풀어주는 진한 보양식으로 꼽힌다.
탱글한 소 힘줄(스지)이 푹 고아져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그 순간, 추위로 굳은 몸이 서서히 풀린다. 예로부터 소의 힘줄은 “먹는 콜라겐”으로 불리며 관절 건강과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알려졌다.
◆ 소 힘줄이 주는 자연산 콜라겐
스지는 소의 힘줄, 즉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부분으로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이 풍부하다. 콜라겐은 피부의 탄력과 수분을 유지하는 핵심 성분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적으로 감소한다. 스지를 오래 끓이면 콜라겐이 젤라틴 형태로 녹아들어 피부의 건조함을 완화하고 주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관절 연골을 구성하는 단백질 성분이기도 해, 겨울철 차가운 날씨로 뻣뻣해진 관절의 탄력을 유지하는 데 유익하다.

콜라겐은 단독으로 섭취하기보다 비타민 C와 함께 먹을 때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무, 대파, 마늘, 양파 등 채소를 곁들이거나 귤, 오렌지 같은 과일을 함께 섭취하면 흡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피로 해소와 혈액순환 개선
스지탕은 단백질 외에도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체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 특히 글리신과 프롤린 같은 아미노산은 근육 회복을 돕고, 피로 물질인 젖산의 축적을 줄인다. 겨울철에는 추위로 인해 혈관이 수축해 혈류가 떨어지는데, 따뜻한 스지탕의 국물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손발 냉증 완화에도 좋다.
또한 마늘과 생강, 대파를 넣어 끓이면 체온 상승 효과가 커진다. 마늘 속 알리신은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를 완화하며, 생강의 진저롤 성분은 체내 열 생산을 촉진해 몸의 냉기를 없앤다. 스지탕 한 그릇은 추운 날씨로 움츠러든 몸을 안에서부터 따뜻하게 덥혀준다.

◆ 관절·뼈 건강에 좋은 이유
스지에 함유된 젤라틴은 연골과 인대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젤라틴은 관절액의 점성을 높여 마찰을 줄이고, 뼈를 보호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나이 들어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운동 후 관절 통증이 잦은 사람들에게 스지탕은 자연스러운 ‘식이 보충제’ 역할을 한다.
스지를 고을 때 함께 넣는 무는 칼슘 흡수를 돕고, 대파의 황화합물은 혈액 속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소량의 된장이나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도 감칠맛을 살릴 수 있다.
◆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따뜻한 국물
스지탕의 또 다른 매력은 소화가 잘된다는 점이다.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하면서 부드럽고 끈적한 식감을 내는데, 위벽을 보호하고 위산 분비를 완화시켜 위가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식사량이 줄어드는 노인에게는 영양 공급원이 되며, 병후 회복기에도 좋다.
국물을 낼 때는 스지를 끓는 물에 한 번 데쳐 잡내를 없앤 후, 새 물에 대파, 마늘, 생강을 넣고 약한 불에서 오랜 시간 끓이는 것이 좋다. 2시간 이상 푹 끓이면 투명하면서도 진한 국물이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무나 당면, 숙주나물을 곁들이면 영양 밸런스가 한층 좋아진다.

◆ 한겨울, 스지탕이 필요한 이유
날씨가 차가워지면 체온이 낮아지고 혈류가 느려지며 면역력도 떨어진다. 이럴 때 스지탕은 단백질, 미네랄, 콜라겐을 고루 섭취할 수 있는 따뜻한 보양식이 된다. 속을 데워주고 피로를 풀며 피부와 관절을 지키는 음식, 그야말로 겨울철 건강을 위한 ‘한 그릇의 보약’이다.
추운 날 밖에서 돌아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스지탕을 한 숟갈 떠먹는 순간, 몸과 마음이 동시에 녹아내린다. 겨울의 피로와 한기를 이기는 방법은 거창한 약이 아니라, 진하게 우러난 한 그릇의 따뜻한 국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