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아 의원 ‘악성사이버렉카 근절법’ 발의… 이용자 정보 제공 의무화·수익 몰수 근거 포함
2025-11-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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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어 번지는 사이버렉카, 국내 피해자는 법적 구제 ‘막막’
플랫폼 책임 강화·부당이익 환수로 악성행위 차단 시도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가짜뉴스와 인격 비방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이버렉카’가 개인의 명예와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해외 플랫폼의 서버를 이용해 법적 처벌을 피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국내 입법을 통한 실질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을)은 10일, 해외 플랫폼을 이용해 고인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악성사이버렉카 근절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해외 빅테크의 국내대리인에게 피해자 정보 제공 의무 부여 △고인 비방 및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광고 수익 및 후원금 등 부당이익 몰수 근거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현재 구글·메타·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은 국내 피해자가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피해를 입더라도 이용자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어서 사실상 민형사상 구제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가수 장원영의 법률대리인은 37차례 요청 끝에 미국 법원을 통해서야 ‘탈덕수용소’ 유튜버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튜버 쯔양 역시 국정감사에서 “피해 당시 법적 대응은커녕 신고조차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플랫폼 책임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시행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불법 콘텐츠 삭제 명령에 대한 플랫폼의 신속한 이행 의무를 명시했고, 미국은 SNS의 불법 게시물 방치를 ‘플랫폼 책임 회피’로 간주해 민사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한국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만 규정돼 있어 실질적 정보 제공 의무가 없는 상태다.
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대리인에게 법적 책임을 부여하고, 고인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를 불법정보로 규정했다. 이를 유포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불법 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공익적 목적의 표현은 명예훼손 처벌에서 제외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평가나 학술·정치적 토론 과정에서의 발언은 보호 대상으로 남긴다.
황 의원은 “악성 사이버렉카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인간 존엄을 침해하는 범죄”라며 “수익 환수와 플랫폼 책임 병행을 통해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외를 오가며 피해를 확산시키는 사이버렉카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대응이나 자율 규제에 맡길 수준을 넘어섰다. 유럽처럼 플랫폼에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부당이익 환수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허위정보가 수익이 되는 구조를 끊지 않는 한, 온라인 폭력의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