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헐뜯어 구독자 100만 모은 한국인 유튜버‘ 대보짱’의 기이한 행적
2025-11-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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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 앞잡이' 된 한국인 유튜버 대보짱의 행적

한국인이면서도 가짜뉴스를 퍼뜨려 한국 혐오를 불러일으킨 유튜버 대보짱의 과거 행적에 누리꾼 관심이 쏠린다. 대보짱은 일본어로 '한국은 이미 망했다', '반일 정권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는 식의 거짓 정보를 퍼뜨리며 일본 내 혐한 정서를 자극해왔다. 최근 '한국에서 하반신 시체 37구가 발견됐다'는 황당한 허위 영상을 올렸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의 지난 행보가 다시 들춰지고 있다.
대보짱은 부산 출신의 30대 남성이다. 일본 문화와 한국의 일상을 소개하던 그는 비상계엄이 벌어진 지난해 말부터 극우 정치 콘텐츠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불법 구속하려는 반일 세력과 싸우겠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돌변했다.
그의 영상엔 자극적인 문장이 넘쳤다. "대한민국은 간첩이 장악했다", "반일 공산당이 윤석열을 몰아냈다", "부정선거로 반일 대통령이 등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진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침을 뱉는 장면도 등장했다. 영상은 일본 구독자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은 위험하다", "이 사람 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라고 반응했다.
대보짱의 채널은 일본 기반의 기획사 'Carry On' 소속이다. 이 회사는 극우 유튜버 '이가 에브리데이(李家 everyday)'가 속해 있는 곳이다. 일본 내 혐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해온 곳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함께 방송을 진행하며 전두환 씨를 "한국을 살린 영웅"이라 치켜세우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한국을 망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대보짱은 "한국 교과서가 다 거짓이다. 전두환이 없었으면 나라가 북한에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보짱이 올린 영상엔 대부분 일본어 자막이 붙어 있다. 화면에는 태극기와 '친일 대통령 윤석열' 문구가 번갈아 떴다. 일본 시청자 상당수가 대보짱이 뱉은 말들을 '한국 내부의 진짜 이야기'로 믿었다. 대보짱은 일본어로 "한국은 반일주의에 미쳐 있다"고 말하며 한국의 정치 상황을 왜곡해 전달했다. 영상의 조회 수는 수십만 회를 넘겼고, 일본 커뮤니티엔 "한국에 가면 간첩이 잡아간다"는 식의 글들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하반신 시체 37구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영상은 정점이었다.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진 '요코하마 상반신 시신 사건'을 한국 범죄로 둔갑시켜 "한국 사회가 붕괴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즉각 허위정보 유포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최근 일본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 관련 허위조작 정보가 퍼지고 있다"며 "해당 행위는 명백한 범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달 22일 올라온 '최근 비자 없이 한국에 입국한 범죄자 중국인들의 살인과 장기 매매 문제가 심각하다'는 제목의 영상이다. 대보짱은 영상에서 "한국에서 하반신만 있는 시체가 37구 발견됐다. 비공개 수사 중인 사건만 150건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치안이 무너졌으며 실종자가 8만 명에 달한다"고도 말했다. 근거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누리꾼의 댓글이었다.
이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졌고 일본 누리꾼들은 "한국 여행 가기 두렵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많게는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본 내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는 데 일조했다. 대보짱은 '한국이 중국 때문에 붕괴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위험하다' 등 선을 넘는 영상을 연이어 게재했다.
대보짱은 논란이 커지자 관련 영상을 모두 비공개로 돌렸다. 그러면서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나는 한국의 진실을 전했을 뿐"이라는 그의 주장은 일본 내에서 지지를 얻었다.
대보짱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의 집회 참여 모습은 YTN 방송에 포착된 적이 있다. 집회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외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더 나아가 대보짱은 지난 5월 22일 이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 뛰어들었다. ‘반일 정부 대표 이재명에게 할 말을 다 하고 왔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면 대보짱은 유세를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는 이 대통령 면전에 "반일을 멈춰라"고 외치다 경호원에게 제지당해 끌려간다. 이런 돌발 행동도 영상으로 제작해 일본 시청자들에게 "목숨을 걸고 한국의 진실을 전한다"는 식으로 포장했다.
대보짱은 지난해 10월 19일 일본 신오쿠보에서 '또 보자 나의 대보짱 (またね 私のデボちゃん)'라는 이름의 팬미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 그에 대한 지지층이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보짱의 채널의 구독자는 서브 채널까지 합하면 106만명에 이른다. 일본 극우 사이트에서 그의 영상은 '진실 폭로'로 분류되고, 일부 일본 매체는 그를 "한국 내 양심 있는 인플루언서"로 소개했다. 실제로 유명 성우 하야시바라 메구미는 블로그에서 "일본의 텔레비전도 전하지 않는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목숨을 걸고 전하고 있었다"며 대보짱을 포함한 혐한 유튜버들을 언급했다.
경찰청은 지난 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유튜버 대보짱의 허위 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은 대보짱의 행위가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며 국가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보짱의 소재지 파악에 나선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자 대보짱은 '한국 경찰에 조사 받으러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3분 20초 분량의 공지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사람들이 '나를 가짜 뉴스를 흘려서 타국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게 취미다'라는 식으로 나를 몰아가고 있다"며 "한국 이미지를 망가뜨리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보짱은 "실제로 강 근처에서 시신이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한국 사람들도 조심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특히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풀린 후 치안이 나빠지고 중국인 범죄가 늘었다는 증거를 보여주며 경각심을 주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거짓말을 할 작정으로 일본인들에게 (댓글을) 보여줬다고 보도가 됐고, 그래서 이제부터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며 "악의를 가지고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해 한 게 아니다. 그 사건은 사실이니까 한국 사람들은 모두 조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중국인들이 무비자로 입국해 치안이 나빠졌고, 여러 가지 중국인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증거를 보여주지 않았나"라며 "가짜뉴스로, 악의를 가지고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증거를 보여주며 소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명 영상에서조차 거짓을 일삼은 모습을 보며 누리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전문가들은 대보짱과 같은 유튜버들이 일본인을 선동하고 혐한 정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보짱뿐만 아니라 키바룬, WWUK, 나유타의 일본이야기, 떡볶이사무라이 등 여러 한국인 유튜버들이 일본어로 한국을 비하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내수용으로만 영상을 제작하기 때문에 자국인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상당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외국 플랫폼에서 한국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보짱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대보짱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일본인 시청자가 많다는 점이다. 대보짱은 '탄핵 찬성 집회=반일 집회'이라는 프레임으로 한국의 정치 상황을 궁금해하는 일본인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었다. 영상에는 "뉴스로 알 수 없는 한국 상황을 이해했다" "당신의 신념에 눈물이 난다" 등의 댓글이 수백, 수천 개씩 달렸다.
대보짱의 채널 소개란에는 "종북좌파 공산당 빨갱이 새끼들은 인간 취급 안 해주는 채널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의 정치 성향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