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임 장관' 송미령 “윤 전 대통령, 계엄 선포 후 ‘막상 하면 별 것 아냐’ 말했다”

2025-11-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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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재판 나와 증언 "계엄 알았다면 국무회의 안 갔다" 울먹여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뉴스1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선포 당시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같이 밝혔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으로 발탁됐고,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유일하게 재신임받았다.

송 장관은 지난해 계엄 당일 울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저녁에 서울로 돌아왔는데, 당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한 전 총리로부터 잇따라 국무회의 참석 독촉 전화를 받았다.

송 장관은 “김포공항에 도착한 직후 강 전 실장에게 ‘지금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이어 오후 9시37분경 한 전 총리가 ‘오고 계시죠’라며 도착 예정 시간을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후 10시10분 정도에 도착한다고 하자, 한 전 총리가 ‘좀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냐’고 서너차례 이야기했다”고 돌이켰다.

재판부가 “다른 회의 때도 한 전 총리가 참석을 독려하는 전화를 한 적 있느냐”고 하자 “그런 적은 없다. 회의에 빨리 오라고 말씀하신 적은 처음”이라고 답했다.

송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도착한 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무슨 상황인지 묻자 이 전 장관이 “계엄”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저로서는 영문을 모르고 저 자리에 갔다. 저건 국무회의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생각하고, 대통령이 오셔서 2~3분 정도 통보에 가까운 걸 말씀하시고 나서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 다시 접견실로 돌아온 상황을 설명하며 “‘마실 걸 갖고 와라’ 이런 이야기를 했고, 자리에 앉은 후 ‘(계엄을)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말씀을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에게 대통령이 가야 할 일정이나 행사를 대신 가달라거나 각 부처에 몇 가지 지시 사항을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한덕수)에게 ‘당분간 내가 가야 할 행사를 대신 가주셔야겠다’고 언급한 게 확실히 기억나느냐. ‘당분간’이라는 말을 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줄곧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확인한다는 취지다. 그러자 송 장관은 “그 언급을 한 것은 기억나는데 ‘일회성’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했다.

계엄 선포 이후 한 전 총리나 이 전 장관이 국무회의가 제대로 열렸던 것처럼 보이기 위해 사후에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권유한 사실도 증언했다.

특검이 “피고인 등이 ‘계엄에 동의를 표하는 게 아니라 회의에 참석했다고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송 장관은 “그렇다. 한 전 총리였는지 이 전 장관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무회의에) 동원됐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려 가서 자리에 앉았다가 나오게 됐으니 그렇게 느꼈다”며 “계엄 상황인 줄 알면 당연히 안 갔어야 한다. 저희가 안 갔으면 이런 상황이 안 벌어졌지 않겠느냐”고 울먹이기도 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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