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동원 경찰관들 분노 “폐지 줍는 분에게 박스 빌려 잤다... 관련 사진전 열 것”
2025-11-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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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대형 스크린 앞에서 단체로 쪽잠 자기도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난 1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으나, 행사에 동원됐던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 기간 경주 지역 현장에는 하루 최대 약 1만 9000명 규모의 경찰력이 투입됐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숙소 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식사나 휴식 공간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경찰관들이 부적절한 환경에서 근무를 이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은 현장 운영 과정의 혼선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10일 당시 경찰관들의 근무 환경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근무복 차림의 경찰관이 종이상자를 이불 삼아 바닥에 누워 있거나, 영화관 대형 스크린 앞에서 단체로 쪽잠을 자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복도 바닥에 모포 하나만 깔고 잠을 청하는 등 숙소로 쓰기 어려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낡은 모텔이나 산간 여관에 묵었다는 증언도 함께 제기됐다.
직협 관계자는 통화에서 "모포가 지급된 곳도 있었지만 아무런 지급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폐지 줍는 분에게 상자를 빌려 이불처럼 덮는 경찰관도 있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도시락이 지급되지 않아 사비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추운 날씨에 찬밥을 먹었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경찰관은 "숙소 화장실이 문도 없고 통유리로 돼 있었다"며 "감방도 칸막이는 있을 텐데, 룸메이트한테 보여줄 수 없어 사용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오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도 같은 주제의 사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국제행사였음에도 현장 경찰관 복지가 방치됐다"고 비판하며 지휘부에 대한 직무 감사를 통해 공식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