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구조사 꿈꾸던 광주 여고생 발인...아버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2026-05-07 15:01
add remove print link
무차별 흉기 난동, 무방비로 방치된 시민 안전
광주광역시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10대 여고생의 마지막 길이 유족과 친구들의 오열 속에 마무리됐다. 응급구조사를 꿈꾸던 학생은 끝내 교복을 다시 입지 못했다.
7일 매일신문은 발인식에 대해 보도했다.
17세 A양의 발인식은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장례 마지막 날까지도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친구를 잃은 학생들과 교직원, 친척과 지인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았다.
발인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흰 천으로 덮인 관 위에 국화꽃을 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장례식장 안에서는 “이제 어떻게 사냐”, “어떻게 보내냐”는 울먹임이 이어졌다.

특히 부모의 오열은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까지 붉혔다. 어머니는 딸의 관을 붙든 채 몸을 가누지 못했고, 아버지 역시 운구차에 관이 실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끝내 주저앉았다. 유족과 친지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운구 차량은 화장장으로 향하기 전 A양이 다니던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 생전 마지막 등굣길을 대신한 자리였다. 학교 정문 앞에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조용히 줄지어 서 있었다.
영정사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딸의 영정을 들고 교정을 천천히 돌았다. A양은 평소 응급구조사를 꿈꾸며 학업에 열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교정에서 “우리 딸 친구들이랑 공부해야지”,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목이 메인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주변 학생들 역시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모는 “차라리 우리를 데려가지”라며 오열했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마지막 목례로 A양을 배웅했다.

사건은 지난 5일 0시 11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A양은 20대 남성 장모 씨가 휘두른 흉기에 치명상을 입고 숨졌다. 비명을 듣고 달려와 구조를 시도한 또래 남학생 B군 역시 흉기에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와 피해자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장씨는 체포 이후 “삶이 재미없었고 자살을 생각하다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범행 이틀 전부터 흉기 두 점을 들고 거리를 배회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을 포함해 정확한 범행 경위를 수사 중이다.
장씨는 이날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왜 여학생을 공격했느냐”는 질문에는 “여학생인 줄 알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심사를 마친 뒤에는 별다른 말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장씨에게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도주 우려와 범행의 중대성 등을 검토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특정 원한 관계 없이 불특정 시민을 겨냥한 ‘무차별 범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심야 시간대 학생 이동 동선의 안전 문제와 정신건강 고위험군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피해 학생이 다니던 학교를 중심으로 긴급 심리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야간 단독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안내했다. 지역사회 역시 갑작스러운 비극에 깊은 충격과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