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수상하다?”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이 불빛' 정체, 알고 보니…

2025-11-11 14:03

add remove print link

경찰 신고 해프닝도 벌어지는 보라색 불빛 정체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식물등(식물재배등) 불빛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식물등(식물재배등) 불빛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밤에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다 보면 창문 사이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보라색 불빛을 종종 볼 수 있다. 마치 미묘한 네온사인처럼 퍼지는 그 빛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불빛의 정체는 '식물등' 또는 '식물재배등'이라고 불리는 조명이다. 이는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기 위해 자연광을 대신해 사용하는 인공광원으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공간에서도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보라색 불빛

최근에는 도시생활 속에서도 식물을 기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베란다나 실내 정원에 식물등을 설치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 식물등이 보라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식물이 성장에 필요한 빛의 파장과 인간의 시각이 인식하는 색상의 차이 때문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주로 빨간색(적색)과 파란색(청색)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초록색 빛은 대부분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가 식물을 초록색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식물재배등에는 주로 빨간색 LED와 파란색 LED가 함께 사용되는데 이 두 가지 빛이 섞이면서 외부에서는 보라색 또는 자주색으로 보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식물의 생장에 최적화한 과학적 조명 설계의 결과이다.

식물등(식물재배등)으로 상추를 재배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식물등(식물재배등)으로 상추를 재배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식물등은 기술의 발전으로 한층 더 정교해졌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으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고 식물의 생장 단계에 따라 빛의 비율과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발아기에는 파란빛의 비중을 높여 잎의 성장을 돕고 개화기에는 빨간빛의 양을 늘려 광합성과 개화를 촉진한다. 또한 실내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감성적인 디자인의 제품들도 많아져 단순한 재배용 장비를 넘어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역할도 한다. 일부 제품은 태양광에 가까운 '풀 스펙트럼' 빛을 구현해 자연광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간혹 경찰에 신고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져

하지만 이런 식물등의 강렬한 보랏빛은 밤이 되면 창문 밖으로 새어 나가며 의외의 해프닝을 낳기도 한다. 간혹 주민들이 그 불빛을 보고 '혹시 마약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품고 경찰에 신고하는 해프닝이 실제로 발생한다. 뉴스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보라색 빛이 나는 수상한 집이 있다며 신고했지만 조사 결과 단순한 식물재배등이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회자된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마약 재배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특유의 자주색 조명이 일반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정용 식물등은 합법적이고 안전한 원예용 조명이며 도시 속에서도 작은 자연을 즐기기 위한 평범한 도구일 뿐이다.

물론 식물등을 사용할 때는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보라색 빛은 일반 조명보다 눈에 더 띄고 밤에는 멀리서도 쉽게 식별된다. 따라서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특히 아파트 단지처럼 밀집된 주거지에서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눈부심을 최소화한 제품이나 외부로 새는 빛을 줄인 구조의 식물등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하얀색 빛을 띠는 백색광 재배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