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유망주, 마라톤 대회 도중 트럭에 치여 뇌사…80대 운전자 “신호등 보느라…”

2025-11-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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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낸 80대 운전자 “신호등을 보느라 사람을 미처 보지 못했다”

충북에서 열린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던 20대 선수가 1톤 트럭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고를 낸 80대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신호등을 보느라 미처 선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마라톤 대회 자료 사진 / justBz-Shutterstock.com
마라톤 대회 자료 사진 / justBz-Shutterstock.com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고 가해자 A씨는 이날 충북 옥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차로를 바꾸던 중 발생한 충돌 상황에 대해 "신호등을 보느라 사람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호등은 사고 발생 지점에서 앞으로 100m 거리에 설치돼 있었다.

A씨는 차로를 옮긴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차량을 먼저 보내주기 위해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바꾸려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를 끝낸 뒤에는 경찰서를 방문한 피해 선수 B씨(25)의 부모를 만나 참회의 뜻을 전하고 사과했다.

사고는 지난 10일 오전 10시쯤 옥천군에서 개최된 마라톤 경기 도중 일어났다. 청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에 소속된 B씨가 경기 중 A씨가 운전하던 1톤 포터 화물차에 치이면서 머리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B씨는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이틀째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

대회가 진행된 구간은 왕복 2차로 도로였으며, 2차로만 경기용으로 차단된 상태였다. 1차로를 주행하던 A씨의 화물차가 갑자기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선두 그룹에서 달리던 B씨를 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분석 결과 당시 화물차는 시속 약 57km로 B씨를 충돌했다.

B씨는 경기 중 어깨띠를 전달받은 직후 약 300m 구간을 뛰던 중 변을 당했다. 일반적으로 엘리트 마라톤 경기에서는 선수 안전을 위해 코치진이 탑승한 차량이 뒤에서 동행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어깨띠 전달 구간의 경기 진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코치 차량이 B씨를 앞질러 대기 장소로 이동한 틈에 발생했다.

B씨의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어깨띠를 이어받는 구간에선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차량이 선수를 추월해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필이면 그사이 사고가 났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곧 정식 입건할 계획이다. 사고 당시 A씨는 음주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도로 상황도 혼잡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B씨는 중장거리 부문의 떠오르는 선수로 평가받아왔다. 올해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13분대 기록을 세우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내년 이적을 준비 중이었다.

배우 진태현은 앞서 10일 자신의 SNS에 사고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올해 동아마라톤 기록이 2시간 13분으로 열정 가득한 유망주 선수였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공식 도내 마라톤 대회에서 2차선 도로 중 1차선만 통제했다고 한다. 너무 답답하고 먹먹하다"며 "선수와 가족, 그리고 동료 선수들을 위해 기도 부탁한다"고 전했다.

배우 진태현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진태현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대회는 충북육상연맹이 주관한 도내 시군 대항전 형식으로 3일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고 이후 남은 일정은 전부 취소됐다.

유튜브, MBCNEWS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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