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세계가 주목한 경주, 천년의 가을빛으로 물들다
2025-11-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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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문화, 그리고 사람으로 물드는 국제관광도시의 계절

[경주=위키트리]이창형 기자=2025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경주가 세계 속 ‘국제관광도시’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었다.
전 세계 정상과 언론의 시선을 모았던 도시가 이제는 천년의 역사와 가을의 감성이 어우러진 여행지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찬기 어린 바람 속에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는 11월, 경주는 시간의 속도를 잠시 늦추게 만드는 도시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거리를 물들이고, 대릉원의 밤은 미디어아트로 생명을 얻는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천년 왕국 신라의 찬란한 금관이 다시 빛을 발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깊게 스며드는 계절의 정취 속에서 경주는 지금, 다시 세계인의 마음을 물들이고 있다.

# 노란 물결로 번지는 가을의 정점
강동면 왕신리의 운곡서원 은행나무는 매년 11월 초·중순이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이룬다.
수령 400년의 고목이 유연정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내며, 은행잎이 떨어져 마당을 가득 채우면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안강읍 하곡마을 입구의 하곡리 은행나무는 약 300년 된 수호목으로, 높이 22m‧둘레 6.4m의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11월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 아래 정자와 쉼터는 가을의 여유를 만끽하기 좋은 명소다.
도심 한복판에서도 고요한 계절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동부동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 뒤뜰의 은행나무는 수령 500년을 넘는 노거수로,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조선시대 관아 시절 심어진 이 나무는 노란 잎이 바닥을 덮는 순간, 도심 속에서도 아련하고 평온한 풍경을 선사한다.

# 빛과 유산이 만나는 밤 –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열리는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은 ‘대릉원 몽화, 천년의 문이 열리다’를 주제로 신라 고분공원을 빛과 예술로 재해석한 축제다.
황남대총 봉분을 거대한 스크린으로 삼은 미디어파사드 공연 ‘대릉원 몽화’를 비롯해, 미추왕릉 돌담길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솔숲길의 조명 연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밤의 대릉원을 환상적으로 수놓는다.
특히 행사 기간에는 평소 유료로 운영되던 천마총이 무료로 개방돼, 관람객들이 더욱 가깝게 신라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가을밤, 천년의 고분이 살아 숨 쉬는 ‘빛의 대릉원’은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 황금의 나라, 신라의 품격을 만나다 –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APEC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신라 금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4년 만에 처음으로 6점의 금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전시다.
금관총, 황남대총, 천마총, 서봉총, 금령총, 교동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 허리띠 등 신라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유물들이 한 공간에 모였으며, 시대별 금관의 형태와 장식에 담긴 의미를 통해 신라 예술의 정수를 조명한다.
특히 천마총 출토 금귀걸이, 팔찌, 반지 등 정교한 장신구도 함께 전시돼 섬세하고 세련된 신라 장인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APEC 공식 문화행사로 세계 각국의 귀빈들에게 선보인 후,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 경주, 세계로 향한 여행의 시작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가 다시 주목한 경주는 이제 문화와 관광이 공존하는 글로벌 도시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천년의 역사와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품은 경주는 시민의 따뜻한 정성과 함께 세계 속으로 또 한 번 나아간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은 시민의 자부심이 만들어낸 성과이자, 경주의 미래를 밝히는 출발점이 되었다”며, “앞으로 경주는 역사와 문화, 자연의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시민과 함께 국제관광도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