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서 즐겨먹었는데…평소보다 가격 20% 급등해 비상 걸린 '필수 식재료'
2025-11-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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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 대비 가격 20% 치솟은 필수 식재료 정체
'가성비 식재료'로 인기를 끌던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시세 강세에 고환율까지 더해지며 평년보다 20% 넘게 치솟은 가격대가 형성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집계한 11일 기준 미국산 소고기 갈비(냉동) 소매가는 100g에 4490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4269원과 비교하면 5.2% 높아진 수준이다. 평년 가격 3714원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20.9%에 달한다.
미국산 소고기는 국내 수입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들여온 소고기는 22만1629t으로 전체 수입육 시장 점유율 48.1%를 차지했다.
가격 급등의 주요 배경은 국제 축산물 시장의 지속적인 강세다. 트레이딩뷰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7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생우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21.5달러에 거래됐다. 한 달 사이 5% 하락했지만 1년 전과 대비하면 20.6% 상승한 수치다. 생우 시세는 2020년 3월 80달러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30달러를 오가고 있다.

환율 급등도 수입 소고기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초 1390원대에서 이달 들어 1460원대까지 상승했다. 환율 변동은 보통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앞으로 추가 인상 압력이 예상된다.
수입 물량 축소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산 소고기 누적 수입량은 18만5100t으로 전년 동기 17만6600t 대비 4.8% 증가했다. 하지만 10월 한 달간 수입량은 1만3800t으로 작년 10월 2만100t과 비교해 31.3% 급감했다.
국산 소고기 시장도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1일 기준 한우 안심 소매가는 100g당 1만4396원으로 평년 1만4602원보다는 소폭 낮지만 전년 1만3043원 대비 10% 올랐다.
한우는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육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4분기 한우 도축 마릿수가 20만5000마리로 작년 24만8000마리와 비교해 17.5%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한우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호주산 소고기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호주산 소고기 수입량은 18만6646t으로 미국산 17만9273t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9.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운송과 보관 기술이 발전하면서 호주산 소고기의 품질이 개선되었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호주산 역시 환율과 물류비 부담으로 가격 상승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10일 기준 A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호주산 소고기 안심은 100g에 9980원으로 1년 전보다 25% 뛰었다. 갈비 1kg과 척아이롤 100g도 각각 12.8%, 12.5% 상승했다.

최근 고환율에 미국 내 도축 두수 감소까지 겹치면서 미국산도 가격이 올랐다. 미국산 가격 상승으로 호주산 수요가 늘면서 두 제품군의 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다.
소고기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며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소고기 외식 점포당 매출량 지수가 전년 대비 11.4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 이후 소고기 소비가 늘어난 데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10일 기준 한우 갈비(1+) 100g 가격은 7040원으로 전년 6942원보다 높은 수준에 형성됐다.
연말까지 소고기 가격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4분기 한우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2.1%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도축 마릿수 감소에도 연말 각종 모임과 행사로 인한 소비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먹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