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좋을까?' 귤에 붙어 있는 하얀 거 정체, 알고보니…
2025-11-14 11:00
add remove print link
귤락의 비밀: 버리지 말고 먹어야 할 이유
건강을 살리는 작은 섬유: 귤락의 놀라운 효과
겨울철 대표 간식인 귤. 껍질을 벗기면 나타나는 하얀 실 같은 부분을 두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왠지 맛도 없어 보이고 하나하나 떼어내야 할 것 같다. 이 하얀 부분의 정체는 무엇이며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귤 과육과 겉껍질 사이의 하얀 섬유질은 '귤락'(橘絡)으로, 영어로 '알베도'(albedo) 또는 '피스'(pith)라 부른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경맥에서 갈라져 나와 전신으로 이어지는 기혈의 통로를 낙맥이라 하는데, 귤의 과육과 껍질을 연결하는 모습이 낙맥을 닮아 귤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귤락은 특별한 맛이 없고 질긴 식감 때문에 떼고 먹는 이들이 많다. 함유된 천연 식이섬유인 펙틴이 물에 젖으면 끈적하게 변하는 특성을 가져 불편한 식감을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당분이 과육보다 적어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쓴맛이 도드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귤락을 그대로 먹는 게 좋다. 귤의 89%는 수분으로 이뤄져 있고 유익한 성분이 여럿 함유돼 있는데, 그중 귤락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귤락에는 헤스페리딘이라는 성분이 풍부하다. 헤스페리딘은 모세혈관의 삼투압 조절 기능을 원활하게 해 혈관의 탄력을 높이고 혈관 질환 발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 고령자 등 혈관이 약한 사람은 귤락을 제거하지 말고 섭취하는 게 좋다.
귤락 속 나린진이라는 항산화 성분도 쓴맛을 내지만,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귤, 자몽, 오렌지의 흰 부분에서 쓴맛이 느껴지는 이유다. 나린진은 위장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줄이며 활성산소를 제거해 위벽을 튼튼하게 유지한다.
귤락에는 펙틴이라는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펙틴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내 유익균을 보호하고 변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변비는 대장의 연동 운동이 저하돼 배변 활동에 문제가 생긴 상태다. 귤락처럼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을 섭취하면 배변의 장내 통과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리모넨과 미르센 같은 천연 오일 성분 역시 함유돼 있다. 소화를 촉진하고 가스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두 성분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위장에 따뜻한 자극을 준다. 경북대 식품영양학과와 서울대 순환기내과 연구에서는 고콜레스테롤 혈증을 유발한 쥐 모델에 귤락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혈중 지질 수치가 개선되고 대동맥 내 지방 침착을 감소시켜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
비타민C, 비타민P도 들어 있어 항바이러스, 항알레르기, 항암 효과를 낸다. 한방에서는 귤껍질을 기의 순환을 돕고 가슴 답답함을 개선하며, 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해서 진피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많이 사용한다.

다만 아무리 귤이 몸에 좋다고 해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귤은 당분이 높으므로 하루에 2~3개 정도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비타민C의 성인 1일 권장량은 60~100mg이므로 중간크기 귤 2개 정도면 하루 권장량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또한 귤은 과다 섭취 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귤락에는 칼륨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신장이 약하다면 배출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혈압약과 항응고제를 섭취하고 있다면 귤락으로 인해 약효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