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봐도 70일 걸린다”… 20년 만에 공개된 '세계 최대 규모 박물관'
2025-11-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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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시작 약 20년 만에 일반 공개
세계 최대 규모의 이집트 대박물관(GEM·Grand Egyptian Museum)이 약 20년 만에 문을 열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GEM이 드디어 일반에 공개됐다. 2005년 공사를 시작한 지 약 20년 만이다. 이집트 카이로 기자의 대피라미드에서 2k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GEM은 연면적이 약 49만 ㎡로, 축구장 70개 규모에 이른다.
미국 CBS 방송은 이집트 대박물관에 대해 "꼼꼼히 다 보려면 24시간 잠을 안 자도 70일쯤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개관식에서 “이번 개관은 이집트가 세계에 보내는 선물”이라며 “이집트 문명의 유산이 인류 공동의 자산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개관”이라고 말했다.

GEM은 7000년 이집트 역사를 가득 담고 있다. GEM에 전시되는 이집트 유물은 기원전 3100년 전 초기왕조 시대부터 로마의 속주가 된 이후 시대까지 광범위하게 아우른다. 유물 수만 10만 점에 이르며, 이는 약 3만 5000점을 전시하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을 뛰어넘는 규모다.
박물관의 전체적인 모습은 피라미드를 본뜬 삼각형 유리 형태다. 입구에 들어서면 박물관 중심부 6층 높이 대형 계단으로 가는 길목에서 거대한 람세스 2세 석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석상의 높이는 11.35m이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사상 최초로 전면 공개되는 투탕카멘 전시관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최고 전성기로 꼽히는 제18왕조의 12대 파라오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나온 장례용 침대·전차·황금 왕좌·황금가면 등 5000여 점의 유물이 한자리에 전시돼 있다. 이 컬렉션이 전부 전시되는 건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와 이집트 발굴가 하신 압둘 라술이 무덤을 발굴한 이래 처음이다.

컬렉션의 간판 유물은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다. 저승의 지배자 ‘오시리스’와 태양신 ‘라’를 본떠 투탕카멘의 얼굴을 표현한 것으로, 황금 11kg과 터키석, 청금석 등 보석류로 다채롭게 장식됐다.
4500년 전 쿠푸 왕의 ‘태양의 배’도 이번 정식 개관을 통해 4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확인된 세계 고대 선박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유물로 꼽힌다. 현재 복원된 배는 길이 43m에 무게가 20t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인의 일상 유물도 감상할 수 있다. 맥주 양조사와 제빵사의 조각상, 짧은 단발이나 곱슬 가발로 치장한 여성의 흉상, 개를 쓰다듬는 남성의 작은 토기상 등 평범한 이집트인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한편 GEM의 개관은 이집트가 서구에 약탈당한 문화유산을 돌려받을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서구 국가들이 "이집트 박물관은 보관 능력이 부족하다"며 반환을 거부할 핑곗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집트 국영 매체인 알하람 위클리는 “GEM은 루브르나 영국박물관의 복제본이 아니다”라며 “두 박물관은 제국주의가 만든 산물이지만, 이 박물관은 진정성이 낳은 결과”라고 했다.

빼앗긴 문화유산을 고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집트도 일부 유물을 돌려받긴 했다. 2021년 각국에 흩어져 있던 문화유산 5300여 점이 이집트로 돌아왔다. 그러나 ‘로제타석’(영국박물관)과 ‘덴데라 천궁도’(루브르박물관), ‘네페르티티 흉상’(베를린 신박물관) 등 굵직한 문화유산은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집트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 중이다. 고대유산최고위원회 사무총장 모하메드 이스마일 칼리드는 법적 절차의 복잡성을 인정하면서도 유럽국과 협력해 네페르티티 흉상 같은 상징적 유물을 ‘임시 전시’라도 유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