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총리-오세훈 시장 공방전까지 벌이더니…급기야 종묘 일대 '세계유산지구' 지정
2025-11-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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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초고층 개발, 문화유산의 운명은?
세계유산 보호, 도시 개발의 딜레마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를 중심으로 한 19만4000여㎡가 '세계유산지구'로 신규 지정된다.
이는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최고 145m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려는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대응이다.

지난 13일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세계유산 분과가 이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종묘 세계유산지구 신규 지정 심의' 안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서울 종로구 종묘를 중심으로 총 91필지, 19만4089.6㎡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12월 내로 관련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세계유산지구 지정은 지난해 10월 예고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초 국가유산청은 종묘를 비롯해 창덕궁,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11건의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날 종묘만 우선 심의해 가결했다. 서울시가 최근 종묘 인근 세운4구역에 초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도록 계획을 변경하면서 국가유산청이 서둘러 지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은 필요한 경우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해 관리할 수 있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설치·증설할 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건축 및 도로 건설, 토지 형질 변경 시에도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나 협의가 필요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의 의미에 대해 "세계유산지구 지정 고시 이후 세계유산영향평가의 공간적 범위 대상이 설정된다"며 "국가유산청장은 종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이 종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체 계획에 대한 유산영향평가를 요청 받았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유산청은 4월, 5월, 9월 등 총 3차례에 걸쳐 관련 내용을 서울시에 전달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의 용적률을 660%에서 1008%로 높이고 건물 최고 높이를 71.9m에서 141.9m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을 시보에 고시했다. 세운4구역은 2004년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됐고 2023년 2월 철거를 완료했다. 하지만 종묘 맞은편이라는 위치 때문에 사업이 지연돼왔다.
현재 종묘 재개발 계획 논란은 크게 불거지고 있다. 앞서 종묘 일대 재개발 논란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일종의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지난 10일 김 총리는 종묘를 직접 찾아 서울시의 고층 개발 방침을 공개 비판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개입을 공식화했다. 그는 “K-문화와 K-관광이 부흥하는 시점에서 자칫 문화·경제·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은 “종묘 훼손은 결단코 없다. (되려)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세운 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오히려 종묘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이라며 맞섰다. 급기야 그는김민석 총리와의 공개토론이나 면담을 통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근거로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강력하게 요청할 방침이다. 또 17일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참여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세운4구역 토지주들은 "세운4구역은 종묘 정전에서 600m 이상 떨어져 세계유산 보호 완충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2006년 사업 착수 이후 매년 금융이자만 20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며 "국가유산청이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손해배상과 직권남용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도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지구 밖에 위치해 법령상 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법적 의무가 없는 평가를 권고할 수 없다"며 "세계유산 취소 사례는 보호구역 안에서 유산이 직접 훼손된 경우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