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에 무너진 ‘아시아 최대’…이랜드 물류센터, 이틀째 내부 진입 불가
2025-11-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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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19만 3210㎡ 규모
아시아 최대 규모로 꼽히는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가 거센 화염에 무너져 내렸다. 충남 천안시 풍세면에 위치한 이 물류센터는 연면적 19만 3210㎡(약 5만 8000평)에 달하는 초대형 시설로, 이랜드그룹이 패션 브랜드 중심의 대규모 물류를 처리하기 위해 2014년 세웠다.

건축면적 3만 7755㎡(약 1만 1420평)의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각 층에는 160만장에서 350만장 규모의 신발과 의류가 보관돼 있었으며, 전체 적재량은 약 1100만장에 달했다.
이 물류센터는 15일 오전 6시 8분 발생한 화재로 9시간 만에 잿더미가 됐다. 4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빠르게 아래층으로 번졌고, 내부에 쌓여 있던 의류와 신발은 대부분 전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이 최초 신고했으며, 소방당국은 접수 7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인근 소방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강한 열기와 막힌 진입로 때문에 선착대는 초기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 적재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화염이 빠르게 확산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3분 뒤인 오전 7시 1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충남 외 지역의 소방 인력과 장비까지 동원했다.
초기 1대였던 헬기는 불길이 강해지며 최대 12대까지 투입됐다. 소방당국은 물류창고뿐 아니라 인근 공장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물을 뿌리며 진압에 나섰다. 화재는 발생 9시간 23분 뒤인 오후 3시 31분 큰불이 잡혔지만, 건물은 이미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수천 도에 달한 열기가 장시간 계속되면서 구조물 붕괴도 이어졌다. H빔과 철근콘트리트로 구성된 기둥은 버티지 못했고, 샌드위치 패널로 된 외벽은 대부분 떨어져 나갔다. 건물의 동·서 방향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북쪽 대부분이 붕괴됐으며, 남쪽은 기둥만 살아남고 외벽이 떨어져 내부가 그대로 노출됐다.
오후 5시 40분에는 울산에 배치된 국내 유일의 대형 방사포가 투입됐다. 이 장비는 일반 소방차보다 20배 많은 분당 4만 5000리터의 물을 뿜어낼 수 있는 특수장비로, 천안 화재 현장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가 지면서 헬기는 철수했고 대응 2단계도 12시간 만에 해제돼 외부 지역에서 온 소방장비와 인력은 철수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유지하며 지역 인력 중심으로 밤샘 잔불 정리에 나설 계획이다.
소방 관계자는 “내부 적재물이 계속 타고 있어 연기는 남아 있지만 추가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굴절고가 사다리차 등 장비를 활용해 진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랜드패션은 “현재 천안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으며, 일부 상품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랜드월드가 국내 유통하는 뉴발란스는 공식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물류센터 운영 일정에 예상치 못한 지연 이슈가 발생해 일부 주문 출고가 평소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정확한 일정은 확인되는 대로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불편을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는 문구도 함께 올라왔다.
배송 지연은 뉴발란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당 센터에는 스파오, 후아유, 로엠 등 약 10개 브랜드의 상품이 보관되고 있어 온라인 주문 고객 불편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랜드패션 측은 관련 내용을 각 브랜드 사이트에 일제히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