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가을의 끝자락, 강진에 울려 퍼진 가래치기 '풍어의 함성'"
2025-11-1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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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가을의 끝자락, 강진에 울려 퍼진 가래치기 '풍어의 함성'"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콤바인 소리가 잦아든 황금빛 들녘 옆, 전남 강진의 한 작은 저수지가 19일 아침부터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힘찬 기합 소리로 떠들썩했다.
한 해 농사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자연이 주는 넉넉한 선물을 함께 나누는 전통 어로 방식 ‘가래치기’가, 팍팍한 일상에 지친 마을 주민들에게 공동체의 온기를 불어넣는 신명 나는 잔치판을 벌였다.
####대나무 그물, 200년 지혜를 건져 올리다
‘가래’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원통형 바구니. 이 원시적인 도구로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가래치기’는 수백 년을 이어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어업 방식이다. 이날 중고저수지에 모인 주민들은 첨단 장비 대신 투박한 가래 하나에 의지해, 힘을 합쳐 물고기를 한쪽으로 몰았다. ‘첨벙’하는 물소리와 함께 가래 안에서 은빛 비늘을 빛내며 펄떡이는 물고기들은, 한 해 동안 땀 흘린 농부들에게 자연이 주는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물고기 반, 사람 반…나눔으로 풍성해진 잔치
가래치기의 진짜 백미는 ‘나눔’에 있다. 이날 잡은 물고기는 누구 하나의 소유가 아닌, 마을 공동의 자산이다. 주민들은 갓 잡은 싱싱한 물고기로 즉석에서 매운탕을 끓이고, 회를 뜨며 풍성한 잔칫상을 차렸다. 솥단지 주변에 둘러앉아 막걸리 한 사발을 나누는 동안, 고된 농사일에 쌓였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지고 이웃 간의 정은 더욱 두터워졌다.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생태 놀이터’
어른들에게 가래치기가 추억과 나눔의 장이라면,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신나는 ‘생태 놀이터’는 없었다. 차가운 물속을 첨벙거리며 맨손으로 미꾸라지를 잡고, 제 키만 한 잉어의 힘찬 몸부림에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자연의 소중함과 공동체의 즐거움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전통, 미래를 잇는 가장 따뜻한 끈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강진군 병영면의 가래치기는 잊혀가는 우리 전통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행위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셔츠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장 따뜻하고 끈끈한 ‘연결고리’였다. 이날 저수지에 울려 퍼진 풍어의 함성은, 내년의 더 큰 풍요를 기약하는 희망의 메아리가 되어 가을 하늘 높이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