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있었다니…모르고 먹을 수 있는 홍합에 붙은 ‘털’ 정체, 이런 비밀이...

2025-11-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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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부착하기 위해 만든 ‘족사’
단백질 성분으로 접착제 역할해

홍합은 우리가 짬뽕이나 각종 해물탕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식재료다. 그런데, 사실 이 홍합에는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상한 털 뭉치’가 있다. 특히 ‘지중해 담치’와 같이 크기가 작은 홍합 개체일수록 눈에 잘 띄지 않아 제거가 되지 않은 채로 먹는 경우가 있다. 이 수상한 털 뭉치는 과연 무엇일까? 이것은 바로 ‘족사’로 홍합이 생존을 위해 직접 분비하는 단백질 성분이다.

AI로 생성한 홍합(지중해 담치)과 족사 이미지.
AI로 생성한 홍합(지중해 담치)과 족사 이미지.

홍합은 두 장의 좌우대칭의 껍데기를 가진 이매패류에 속한다. 이때 홍합을 손질하다 보면 ‘족사’를 발견할 수 있다. 홍합은 주로 암초 지대 등에서 부착돼 서식한다. 그러다 보니 홍합의 발에서 부착성 물질을 분비해 내며, 이 물질이 물과 만나면 빠르게 굳어 실처럼 변한다. 이것이 곧 ‘족사’다. 즉, ‘족사’는 홍합이 어딘가에 붙어서 생존하기 위해 접착제 역할을 하도록 분비하는 단백질 성분이다.

‘족사’는 홍합을 손질할 때 손으로 당기면 깔끔하게 빠진다. 다만 짬뽕에서 자주 보이는 ‘지중해 담치’ 같이 작은 홍합은 족사 뭉치가 작아 모르고 섭취하는 경우도 있는데, 먹을 수는 있으나 질기고 맛이 없어 뜯어내서 제거하고 먹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홍합의 ‘족사’를 의학적 기술로도 활용한다는 점이다. 2016년에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연구팀이 홍합의 족사 구조 성분을 이용해 주삿바늘의 지혈재료를 개발했다. 주삿바늘은 대부분의 의료 처치에 사용되는데, 혈액이 응고되지 않는 환자 등은 사용 후 제대로 지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홍합의 족사가 바위에도 단단히 붙어 생존하는 특성을 이용해, 족사 구조에 존재하는 카테콜아민 성분을 도입한 접착성 키토산을 이용해 주삿바늘에 지혈 기능성 필름을 코팅했다. 따라서 혈액에 필름이 닿으면 순간적으로 하이드로젤 형태로 바뀌며 상처 부위의 피가 멈춘다는 것이 연구팀 측 설명이다. 이 외에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는 홍합 족사에서 영감을 받아 나노입자 초고속 정전기적 조립 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족사’ 외에도 홍합에는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신기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색깔로 암수를 구분하는 것이다. 홍합의 속살 색을 보면 적황색을 띠는 것이 암컷, 유백색을 띠는 것이 수컷이다. 따라서 간혹 짬뽕 등의 음식에서 서로 색깔이 다른 홍합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바로 암컷과 수컷의 차이다.

홍합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홍합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홍합은 시원한 감칠맛으로도 사랑받지만, 천연 강장제라고도 할 수 있는 다양한 효능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관심받는 식재료다. 타우린 성분으로 피로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간 보호 및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칼슘과 인의 흡수를 높이는 비타민 D도 많기 때문에 뼈 건강이 중요한 성장기 아이나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좋다. 또한 풍부한 비타민A와 C는 항산화 효과로 노화 방지, 피부 건강에도 도움 된다.

홍합은 늦겨울에서 초봄 정도가 알이 굵고 맛있는 제철이다. 홍합을 고를 때는 들어서 너무 가볍지 않고, 껍데기가 꽉 맞물려 있으면서 윤기가 흐르는 것이 신선하다. 조리 전에는 꼭 세척해야 하는데, 껍질을 문질러 씻어준 뒤 족사를 뜯어내고 굵은 소름을 뿌려 한 번 더 문질러 준다. 이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주면 된다.

home 오예인 기자 yein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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