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생일 하루 전 사고 난 아버지, 시각 장애 손자 생각하며 결심한 뜻 이루며 떠났다
2025-11-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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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명을 살린 마지막 선물
지난 여름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남성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55세로 고인이 된 노승춘 씨의 사연이다.
노 씨는 지난 8월 14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생명을 나누며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가족과 타인을 향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됐다.
◆ 손자를 향한 희망, 기증으로 이어지다
노 씨는 사고 전부터 장기기증 의사를 주변에 알렸다. 특히 선천적 시각 장애를 가진 손자가 언젠가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의 결정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그러다 노 씨는 8월 10일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한 날은 노 씨 아들의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

유족들은 노 씨의 평소 성품을 기억하며 그의 선택을 이해한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노 씨의 아내 윤정임 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내색 없이 가족만 생각하던 당신, 정말 고맙고 사랑해요. 당신이 지키고 싶어 했던 우리 가족 이제 제가 지켜줄 테니, 마음 편히 쉬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 생명을 나누는 장기기증의 가치
노 씨의 결정으로 4명의 환자가 새 삶을 시작했다. 뇌사 상태에서 이루어진 장기기증은 심장, 폐, 간, 신장 등 중요한 장기를 필요한 환자에게 전달해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의료 기록을 넘어, 가족을 향한 사랑과 타인을 돕는 삶의 의미를 담은 감동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장기기증은 개인의 마지막 선택으로 생명을 이어주는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뇌사자 또는 살아있는 기증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는다. 뇌사 장기기증은 법적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가 기증 의사를 밝히거나 가족이 동의한 경우 진행된다. 기증 대상 장기는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각막 등 다양하며, 환자의 건강 상태와 장기 적합성에 따라 수혜자가 결정된다.

◆ 국내 장기기증 절차
한국에서 뇌사 장기기증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 의료진이 뇌사 판정을 한다. 이후 환자가 평소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했거나 가족이 동의하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수혜자를 찾아 장기 배치를 진행한다. 각 장기는 환자에게 안전하게 이식될 수 있도록 철저히 검토하며, 수술과 이송 과정에서도 전문 의료팀이 참여한다. 기증 후 장기는 최대한 빠르게 수혜자에게 전달되어 생명을 이어주게 된다.
이번 노 씨의 사례처럼 장기기증은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 개인과 가족의 가치, 사회적 연대, 그리고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손자를 위해 자신의 장기를 내놓은 한 남성의 선택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고 있다. 그의 생명 나눔은 네 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장기기증 문화 확산과 생명 존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