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제일시장 참사] 지적장애 동생, 아빠 생신상 준비하다가 참변…유족은 '숭고한' 결정 내렸다

2025-11-20 21:48

add remove print link

부천제일시장 트럭 사고로 세상을 떠난 20대 청년

부천제일시장 트럭 사고로 23세 문영인 씨는 눈을 감으면서 이 세상에 귀한 선물을 남겼다.

20일 경기일보는 고 문영인 씨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영인 씨의 누나 수진 씨는 18일,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아빠 생신상을 차려드리려고 시장에 간 날이었는데, 착하고 순수했던 동생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남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영인 씨는 지적장애로 인해 평소 외출을 꺼렸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시장만큼은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고가 있던 날 영인 씨는 어머니, 활동 도우미와 함께 시장을 찾았다. 과일을 고르던 중, 좁은 통로를 지나던 트럭이 영인 씨를 덮쳤다. 수진 씨는 “CCTV를 보면 통로가 좁고 매대 물건이 많아 사람들이 차량을 보고도 피하지 못했다. 동생도 반응 속도가 느려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단순한 통행로였지만, 영인 씨에게는 치명적인 공간이 되고 말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고 후 구급차가 좁은 통로 때문에 즉시 도착하지 못했고, 병원에 도착해 응급수술을 받을 때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영인 씨는 결국 숨졌다.

유족은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뜻깊은 선택을 했다. 영인 씨의 심장 등 장기를 5명에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어머니 최서영 씨는 “영인이가 평생 집에만 있어 외로웠을 텐데, 그의 장기를 통해 누군가는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심장이 뛰는 곳에서 영인이도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수진 씨는 “영인이는 가족과 조카를 아끼고 사랑하던 순수하고 착한 동생이었다. 성인이 되어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떠난 것이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이어 “내년 봄 첫 해외 여행을 함께 가려 했는데, 조금만 더 일찍 데려가고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다음 생에는 장애 없이 평범한 일상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으로 돌진사고를 낸 60대 운전자 A씨가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으로 돌진사고를 낸 60대 운전자 A씨가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부천제일시장에서 트럭 돌진 사고를 낸 운전자 A씨는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경찰은 차량의 급발진 가능성은 낮고 ‘페달 오조작’이 주된 원인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