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서 좌초된 여객선, 9시간 만에 목포 항구 입항… 늦은 변침 가능성에 무게

2025-11-20 07:23

add remove print link

선체 손상 없어 예인선 도움에 자력 이동

전남 신안군 해역을 지나던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에 걸려 멈춰 섰던 사고가 발생 9시간여 만에 구조작업이 마무리됐다. 평소 반복적으로 오가는 바닷길에서 선체 절반 가까이가 섬 위에 올라탄 이례적인 사고였지만 선체 손상 없이 스스로 항해가 가능한 상태로 확인되면서 예인선 지원을 받아 안전하게 항구로 이동했다.

뱃머리가 섬에 올라탄 여객선.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목포해경 제공. 뉴스1
뱃머리가 섬에 올라탄 여객선.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목포해경 제공. 뉴스1

20일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오후 8시 17분쯤 신안군 장산면 남쪽의 족도 인근에서 좌초됐다. 제주항에서 오후 4시 40분에 출발한 여객선에는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직후 해경과 구조대가 즉시 현장에 투입돼 승객 전원을 안전하게 이송했으며 일부 승객이 충격으로 통증이나 극심한 불안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지점은 제주~목포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들이 매일 지나는 길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배가 섬 끝자락을 그대로 타고 올라가며 멈춰 서 선체 절반가량이 바위 위에 걸린 상태였다고 해경은 전했다. 다행히 선체에 구멍이나 누수는 없어 선박 자체의 추진력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좌초 해제를 위해 선사는 예인선 4척을 급히 투입했고 만조 시간을 맞춰 선미에 연결한 줄을 당기는 방식으로 배를 땅에서 떼어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승무원들은 해경 구조정으로 옮겨타지 않고 선박에 남아 상황을 처리했다. 이후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퀸제누비아2호는 사고 발생 9시간 27분 만인 20일 오전 5시 44분 목포 삼학부두로 무사히 입항했다.

신안 해상에서 여객선 좌초, 해경 구조 중.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목포해경 제공, 뉴스1
신안 해상에서 여객선 좌초, 해경 구조 중.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목포해경 제공, 뉴스1

해경은 선장 또는 항해사의 과실 여부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선체 내·외부 CCTV와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확보해 사고 전 항로 이탈 과정과 변침 시점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사고 원인으로는 ‘늦어진 변침’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해경 지휘부는 “변침이 늦어 평소 항로에서 벗어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으며 여객선 통행이 많은 협수로 특성상 자동항법장치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구간이었다는 점도 설명했다.

사고 당시 바다는 잔잔했고 선장·항해사 모두 음주 정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신고 시각도 당초 알려진 8시 17분보다 1분 빠른 8시 16분이었던 것으로 정정됐다. 선박교통관제센터(VTS)에는 1등 항해사가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119상황실에는 승객이 먼저 신고한 사실이 확인돼 선사와 승무원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2021년 운항을 시작한 퀸제누비아2호는 제주–목포를 매일 한 차례 왕복하는 여객선으로 최대 1010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유튜브, 연합뉴스TV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