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대폭락한 '한국인 보양식'... 양식장 절반이 망한단 말까지
2025-11-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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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업자들 “식당은 왜 가격 안 내리나” 폭발
민물에서 살다 바다로 향하는 신비로운 회유 어종 뱀장어. 매년 봄이면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우리 강을 찾아오는 실뱀장어를 잡아 키우는 양식업이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보양식의 대명사로 꼽히던 민물장어의 산지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라고 MBC가 전했다. 
1년 전 민물장어 양식 사업에 뛰어든 염규동 씨의 양식장에는 180여만 마리의 장어가 자라고 있다. 하지만 한숨만 깊어진다. 장어값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평년 1kg에 최저 2만8000원에 팔리던 장어는 지금 1만 원에 내놔도 팔기 어렵다. 장어 1kg을 키우는 데 드는 사룟값과 인건비 등 생산원가만 해도 최소 2만3000원 선이다. 한 달에 5억 원 이상을 양식장 운영비로 투입해야 하는 염씨는 100억 원 규모의 손실까지 각오하고 있다. 염씨는 "금융이자가 제일 무섭고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장어 새끼인 실뱀장어의 유례없는 풍년이 사태를 초래했다. 장어는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산란환경 재현이 어려워 인공부화 양식이 힘들다. 뱀장어는 태평양의 깊은 바다에서 산란해 6개월 동안 성장한 다음 우리나라의 강으로 올라온다. 이런 특이한 생태적 특성 때문에 인공으로 어린 뱀장어를 생산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때문에 매년 잡히는 만큼만 키울 수 있는데, 올해는 50년 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례없이 많이 잡힌 것이다.
뱀장어 양식의 핵심은 실뱀장어 확보에 달려 있다. 뱀장어 양식은 봄철에 먼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오는 실뱀장어를 잡아다가 키우는 형태로 이뤄진다. 뱀장어 양식이 전적으로 자연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뱀장어는 연어와는 반대로 강에서 살다가 바다로 가서 알을 낳는데, 수압이 높은 곳에서 알을 낳기에 그 환경을 재현하지 못한다. 바다에서 강으로 넘어오는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집어등을 이용해 뱀장어 새끼인 실뱀장어를 잡는 작업이 주로 이뤄진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차오르는 둔치에서 물가로 내려간 사람이 등을 물 위에 띄워놓고는 연신 작은 뜰채를 휘적인다. 실뱀장어 조업을 하려면 수산업법에 따른 어업 허가를 받은 뒤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포획활동을 해야 한다.
평소 마리당 평균 3500원 안팎이던 실뱀장어 가격은 올해 500원 이하까지 폭락했다. 어가들이 평소보다 2배나 많이 실뱀장어를 사들이면서 과잉 입식으로 이어졌고, 결과는 공급 폭증으로 나타났다.
뱀장어의 생태를 이해하면 왜 양식이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뱀장어는 담수에서 성장한 후 바다에서 성숙·산란 후 부화하는 강해성 어류다. 마리아나열도 서부 북위 15도, 동경 143도 부근의 심해가 산란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란기는 6~8월 사이이다. 부화한 새끼는 다시 담수로 올라오는데 그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제주도와 호남지방은 2~3월쯤부터 시작되고, 북쪽으로 갈수록 늦어져서 인천 근처는 5월쯤이 된다.
뱀장어는 렙토세팔루스 시기를 거친다. 이후 담수로 올라올 즈음에는 일명 실뱀장어라 불리는 치어 단계를 거치게 되며, 이때부터 성체를 닮아가기 시작하면서 몸도 점점 불투명해진다. 실뱀장어는 이듬해 2~5월에 도달하는데, 이때 몸은 실과 같이 가늘고 투명하고, 길이는 5~7cm정도다.

뱀장어의 습성도 독특하다. 낮에는 굴 속, 돌 밑, 진흙 속에 숨어 있다가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실지렁이, 새우, 게, 어린 물고기 등 거의 모든 수중동물을 먹고 사는 육식성이다. 뱀장어는 생존 환경에 대응이 매우 뛰어난 생명체다. 주로 아가미를 통해 산소를 흡입하지만 지상으로 몸을 드러낼 경우에는 피부 호흡으로 산소를 흡수한다.
뱀장어는 대개 8~10월에 바다로 내려가 산란한다. 수컷은 3~4년, 암컷은 4~5년 넘게 자라야 번식할 수 있다. 산란기에는 생식 기관이 발달하고 소화 기관이 퇴화하면서 굶은 상태로 산란 장소를 찾아 이동한다. 1000만 개 내외의 알을 낳고 죽는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보통 소금에 구워먹거나 매콤한 양념구이로 먹는다. 뱀장어는 기름기가 많아 어떻게 먹든 느끼함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채소·생강과 함께 먹어야 하는 이유다. 소금구이의 경우 장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오븐이나 석쇠에 올려 소금을 뿌리고 참기름을 발라 구워낸다. 양념구이는 고추장, 간장, 마늘, 물엿, 참기름, 후추 등을 섞어 만든 양념장을 발라가며 굽는다.
뱀장어는 비타민 A와 B₁, E, 그리고 DHA가 풍부하다. 비타민 A는 눈을 보호해주고, 비타민 E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전을 막는 EPA와 DHA도 풍부해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이 때문에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자리잡았다.
비상이 걸린 양식 어가들이 직거래 판매와 홍보부스 운영 등 자체 대응에 나섰지만 상황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어가들이 호소하는 부분은 소비자 가격과의 괴리다. 산지에서는 1만 원에도 팔기 힘든 장어가 식당에서는 여전히 1kg 당 7만 원 안팎에 팔린다. 폭락한 산지가가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장어 소비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영래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장은 MBC에 "저희들은 너무 저가에 판매하고 있고 식당같은 경우는 제일 정점에 있는 가격표를 그대로 두고 있다 보니까 일반 국민이 너무 부담이 돼서 장어를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민물장어 양식 어가는 400여 곳이다.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는 이번 장어값 폭락의 영향이 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절반가량의 어가가 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