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해에서 잡히고 있다는 괴상한 오징어... 맛도 정말 특이하다
2025-11-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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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오징어와 식감도 맛도 다르다는 오징어의 정체

유명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이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19일 '최근 국내서 잡히고 있는 괴상한 오징어, 맛을 보고 충격받았다'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최근 강원도 동해안에서 잡히고 있는 갈고리흰오징어에 대한 상세한 리뷰가 담겼다. 
갈고리흰오징어는 표준명이지만 입에 잘 붙지 않아 현지에서는 대왕꼴뚜기, 심해꼴뚜기, 속초꼴뚜기, 독도오징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속초 앞바다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주로 심해 가자미 자망 어업에서 혼획된다. 수심 300~500m 전후의 심해에 서식하는 냉수성 오징어이다. 캄차카와 쿠릴열도를 비롯한 북태평양과 동해 강원도 앞바다, 울릉도와 독도 근해가 주요 서식지다.
영상 제작자는 속초 관광시장에서 구매한 갈고리흰오징어 4마리를 선보였다. 한 마리당 무게가 약 1kg에 달할 정도로 크기가 상당했다. 늘씬하게 생긴 살오징어와 달리 몸통이 빵빵하고 날개가 옆으로 활짝 펴져 있다. 표면에는 대리석 돌무늬처럼 자글자글한 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이 무늬가 선명할수록 신선한 상태라고 한다. 신선도가 떨어지면 무늬가 금방 벗겨지면서 쪼글쪼글해지고 주름이 생긴다.
갈고리흰오징어는 그동안 강원도 지역 배에서 부수어획으로 위판됐지만 어획 후 급격한 선도 하락으로 환영받지 못했다. 일반 오징어인 살오징어보다 가격이 낮은 데다 죽었을 때 하얗게 변색하는 특성 때문에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는 어종으로 취급받아왔다. 채낚기나 자망으로는 어획이 불가능하고 집어도 사실상 불가능해 동해안 트롤 등 끄는 어구를 사용해야 하는 점도 상업화를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살오징어 자원의 급격한 감소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어획 부진으로 오징어 산업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업인들이 직접 자구책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19년에는 경북 포항을 중심으로 한 어업인들이 국립수산과학원을 찾아 갈고리흰오징어의 시험조업과 어획량, 식품 개발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자원량이 풍부한 미이용 자원을 활용하자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울릉도와 독도 근해를 비롯한 동해안에서는 연안 어선들의 오징어 조업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울릉도 앞바다는 과거 '오징어 천지'로 불렸지만 지금은 오징어가 씨가 마를 정도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수산과학원은 갈고리흰오징어에 대한 자원 연구를 진행했고, 식품으로서의 활용 가능성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갈고리흰오징어는 살오징어와 비교했을 때 포화지방산은 낮고 불포화지방산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오메가3 함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총 아미노산은 살오징어와 비슷한 분포를 보여 감칠맛도 유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타우린 등 영양성분은 살오징어보다 높고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수율은 살오징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크기는 크지만 내장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반면 수분 함량이 높아 부드러운 식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지민이 손질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일반 오징어에 비해 내장이 많고 살이 약한 편이었다. 눈알이 상당히 컸다. 촉수다리가 갈고리처럼 생겨 이름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손질 중 살이 쉽게 찢어지고 내장이 터지는 등 다루기 까다로운 면도 있었다.
갈고리흰오징어의 맛 평가를 위해 숙회, 국, 볶음 등 다양한 조리법이 시도됐다. 먼저 숙회로 만들었을 때 겉모습은 일반 오징어와 비슷했지만 가위로 썰면서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향도 약간 달랐다. 일반 오징어처럼 감칠향이 났지만 구수한 향이 강했다.
식감엔 큰 차이가 있었다. 일반 오징어와 달리 식감이 부드러웠다. 맛도 살오징어보다는 감칠맛이 약한 편이었다. 영상 제작자는 "쫄깃쫄깃하고 꼬돌꼬돌한 일반 오징어와 달리 부드럽기만 해서 식감이 조금 심심하다"고 평가했다.
오징어 국을 끓였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오징어만으로 끓인 육수는 싱겁고 간을 보충해도 계속 감칠맛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 결국 액상 조미료를 넣어야 했다. 일반 오징어보다 감칠맛이 떨어졌으며, 색깔도 묽게 나왔다. 신선한 오징어를 끓이면 국물이 빨갛고 진하게 나오는데 갈고리흰오징어는 그렇지 않았다. 다만 살이 부드러워 어린아이나 어르신이 있는 가정에 적합할 것으로 보였다. 
오징어 볶음으로 만들었을 때는 날개살이 꼬들꼬들했다. 다리도 아삭한 식감을 보였다. 하지만 몸통이 유난히 부드러웠다. "오징어가 두부라면 갈고리흰오징어는 순두부"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였다. 몇 번 씹으면 금방 잘게 분해돼 입안에서 녹았다. 다리가 가장 쫄깃쫄깃하고 날개살이 그다음었으며, 몸통은 과도하게 부드러운 편이었다.
김지민은 갈고리흰오징어를 횟감보다는 건조나 마른오징어용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살이 부드럽게 씹히는 특성상 튀김, 조림, 볶음, 무침 등 가열 조리용으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징어 볶음, 오징어 조림, 오징어 무침, 오징어 튀김 등 네 가지 조리법이 가장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덩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점은 장점으로 꼽혔다. 향후 갈고리흰오징어를 집중적으로 조업하고 수요가 따라준다면 비싼 국산 오징어를 대체할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오징어 관련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프랜차이즈에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가공용 원료로도 활용 가치가 높아 최근 원료 수급이 어려워 문을 닫은 동해안 오징어 가공공장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갈고리흰오징어는 이미 어장이 형성돼 있지만 주도적으로 잡지 않고 혼획만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오징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면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공급도 늘어나 새로운 오징어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업 시기도 비수기인 6월부터여서 조업 분산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살오징어 대체 어종으로 갈고리흰오징어가 개발된다면 자원 관리는 물론 근해어선들의 조업 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어장이나 자원을 활용할 경우 살오징어의 자원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징어 자원 감소의 원인으로는 동해안 북한 수역의 중국 어선 싹쓸이 조업이 최우선으로 꼽히고, 바다 환경 변화와 자원 남획 등이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어떤 이유든 간에 자원이 줄어든 것이 명확한 상황이라 오징어 자원 관리가 시급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징어가 우리 곁에서 사라진 명태 꼴이 날 수 있다는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2014년 동해안 명태 살리기가 시작된 이후 122만 마리의 치어가 방류됐지만 잡힌 명태는 고작 네다섯 마리에 불과했다. 그만큼 자원 관리와 회복이 어렵다는 증거다.
어획 시기부터 어획량, 체장 제한까지 다양한 자원 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칫 시기를 놓친다면 동해안에서 사라진 명태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이용 자원인 갈고리흰오징어의 대체 어종 개발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