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여객선 좌초 책임' 일등항해사·조타수 긴급체포

2025-11-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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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뉴스 보다가 여객선 좌초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좌초한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사고와 관련해, 해경이 사고 당시 1등 항해사가 휴대전화를 보느라 방향 전환 시점을 놓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해경은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1항사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를 긴급체포했다.

전남 신안군 무인도인 족도에 좌초된 대형 여객선이 20일 새벽 해경에 의해 이초되고 있다 / 목포해경 제공, 뉴스1
전남 신안군 무인도인 족도에 좌초된 대형 여객선이 20일 새벽 해경에 의해 이초되고 있다 / 목포해경 제공, 뉴스1

뉴스1에 따르면 김황균 목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사고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고 수사 압박을 느낀 이들의 도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긴급체포 이유를 설명했다. 1항사와 조타수에 대한 체포는 이날 오전 5시 44분께 이뤄졌으며, 해경은 오후 중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해경은 두 사람이 사고 당시 자동조타기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1항사가 “변침 시점에 (휴대전화로) 네이버 뉴스를 보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점 등을 중대한 과실로 보고 있다. 문제의 해역은 협수로로 분류돼 자동 항법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다. 해경은 수동 운항이 필요한 구간에서 항해사가 딴짓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쳤고, 그 결과 여객선이 무인도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장 역시 근무 시간임에도 자리를 비운 정황이 있어 입건된 상태다. 사고 직전 해양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도 없었으며, 목포 VTS는 당시 별다른 이상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경은 “VTS 차원에서 사고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예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은 사고 부위의 모습 / 뉴스1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은 사고 부위의 모습 / 뉴스1

한편, 이번 좌초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차량 고박 등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던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목포해경에 따르면 퀸제누비아2호는 사고 당일 오후 4시 45분 제주항을 떠나 목포로 향하던 중 족도와 정면 충돌했다. 당시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선체 1·2층에는 118대의 차량(약 2044t)과 10개의 컨테이너가 적재된 상태였다.

승객들은 충돌 직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작스러운 흔들림을 느꼈지만, 차량들은 정상 고박 덕에 쏠림 없이 버텼다. 선체가 약 15도 기울었음에도 전복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차량 고박 기준이 강화되면서 관련 위반 사례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 19일 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도착하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7명(승객 246명, 승무원 21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전원 구조했다 / 뉴스1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 19일 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도착하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7명(승객 246명, 승무원 21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전원 구조했다 / 뉴스1

해경 역시 신고 직후 경비함정 17척, 연안구조정 4척 등을 즉시 현장에 투입했다. 어린이·노약자 우선 원칙에 따라 구조가 진행됐고, 사고 발생 3시간 10분 만인 오후 11시 27분 모든 승객을 구조했다. 전남도와 목포시는 동시에 비상 근무 체제에 들어가 구호 물품과 숙소를 마련해 대피 승객을 보호했다.

승객들은 사고 순간 크게 놀랐지만, 곧 승무원 안내에 따라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비교적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초 신고가 승객에 의해 이뤄졌고, 사고 후 약 20분이 지난 뒤에서야 선내 안내방송이 나왔다는 점 등은 향후 사고 대응 적절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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