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앓았던 '백혈병' 때문에 결혼 반대하는 남친 엄마

2025-11-2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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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병력, 결혼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

오래 전 앓았던 질병 때문에 결혼 반대에 부닥쳤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20년전 걸린 백혈병 때문에 결혼반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6세라는 글쓴이는 6세 때 소아백혈병 환자였다. 그는 "부모님의 헌신으로 완치되어 건강한 삶을

살고 있어요. 아팠던 기억과 경험이 있으니 몸관리를 잘해내고 있어서 아픈 곳도 전혀 없어요"라고 했다.

이어 "결혼 허락 받기 위해서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만났는데, '어디 아팠던 적이 있냐'라고 물으셔서 과거 이야기를 했더니 결혼을 반대하신다"라고 말했다.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그 아이도 너처럼 백혈병 갖고 태어나는 거 아니냐" "네가 다시 백혈병 걸리면 내 아들이 고생하는 거 아니냐" "네 부모님은 뭘 먹이고 키웠길래 자식이 백혈병에 걸리게 하냐"라는 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에 네티즌들은 "어른 말씀이 너무 심하셨다" "오래 전 백혈병이 자식에게 옮겨가진 않는다"라는 의견과 "걱정하는 부모 마음도 이해가 간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혈액암의 일종인 백혈병, 정말 유전될까?

백혈병은 혈액을 만드는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통제 없이 늘어나는 질환이다. 이 비정상 세포들이 정상 혈액세포를 방해해 빈혈, 감염, 출혈 위험을 높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혈병은 세대를 이어 유전되는 질병이 아니다. 절대다수는 후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백혈병이라는 단어는 흔히 ‘피 속 유전 질환’이라는 편견을 만든다. 하지만 의료 연구에서 부모에게서 자녀로 직접 유전되는 백혈병은 극히 드물다. 전체 환자의 대부분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긴 세포의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가족 중 누군가 백혈병을 앓았다는 사실만으로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지지도 않는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암세포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 소인이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다.

가족 구성원 중 백혈병 환자가 있다면 위험이 조금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은 아주 제한적이며 전체 환자 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 백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의 상당수는 태어날 때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 생긴다. 즉, 같은 가족이라도 생활습관·환경·나이 증가 같은 후천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준다. 가족력은 하나의 단서일 뿐, 발병을 예측하는 결정적 지표는 아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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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 영향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단, 위험 증가가 명확하게 확인된 경우는 특정 유전 질환을 가진 이들이다. 대표적으로 다운증후군, 리 프라우메니 증후군, 블룸 증후군, 판코니 빈혈 등이 있다. 이런 질환들은 유전적으로 세포 손상에 취약해 백혈병 발생률이 높다. 다만 해당 질환을 가진 사람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체 백혈병 환자 중 차지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일반 대중의 발병률과는 구별되는 특수한 경우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백혈병이 유전성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는 핵심 이유는 후천적 영향을 압도적으로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혈액 세포가 스스로 변이를 일으키기도 하고,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이나 방사선·벤젠 등 특정 물질 노출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과거 항암치료 후 나타나는 이차성 백혈병 역시 후천적 요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축적된 자극들이 세포 변이를 일으키며 백혈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전적 요인은 이런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이지 않다.

유전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한편으로 백혈병 예방 가능성을 높여준다. 흡연을 피하고, 유해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고, 불필요한 방사선 검사를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돌연변이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피로감, 멍이 쉽게 생김, 잦은 감염 등 초기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백혈병은 조기 발견 시 치료 성과가 뚜렷하게 개선되기 때문에 평소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백혈병은 가족력이 결정하는 질병이라기보다, 개인의 생활환경과 세포 돌연변이 과정이 더 큰 역할을 하는 질환이다. 유전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는 생활습관 관리와 정기 검진이 실제로 더 효과적인 대비책이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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