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감당 알아서 하라" 폭발한 김병기... 민주당에 대체 무슨 일?
2025-11-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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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 검사장들 고발 두고 불협화음 노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이른바 '항명' 검사장들을 고발한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사전 논의 없는 돌출 행동"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당내 불협화음이 표면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정치 현안을 둘러싼 당내 균열이 노출되면서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묻힌다는 자성론이 있었지만, 이번 아프리카·중동 순방 기간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 일정 중 당내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들이 터져나와 외교 성과가 제대로 부각하지 못했던 전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법사위 측의 검사장 고발에 대해 "지도부와 협의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대통령께서 국익을 위한 해외 순방 중에 그 성과가 잘 드러날 수 있게 해야 하는 시점에 또 지도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주장을 다시 꺼내며 지도부 결단을 촉구하는 데 대해서도 "의원 개인 차원에서는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의견"이라고만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오전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회의에서) 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사위의 고발 조치가 당 차원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법사위 자체 판단으로 이뤄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입장을 낸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고발에는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최혁진 무소속 의원 등 범여권 법사위원들이 참여했다. 법사위원들은 검사장들의 집단 반발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김병기 원내대표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원내 지도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민감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퇴근길에 기자들에게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며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의 독자적 행동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는 이 사안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대통령 순방 기간 중 정치 현안이 돌출할 가능성에 이미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원내 지도부는 대통령의 해외 일정 중에는 가급적 정치적 논란을 자제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법사위의 돌출 행동으로 이러한 방침이 무산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당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 의결을 강행한 바 있는데,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당시에도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 일정이 당내 정치 이슈로 인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김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대통령님이 (해외) 나갈 때마다 꼭 당에서 이상한 얘기해서 성과가 묻히는 경우는 앞으로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외교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당내에서 정치적 논란을 자제해달라는 당부였다.
당이 대형 이슈에 관한 강경 발언을 자제하고 '숨 고르기' 모드에 들어가자는 당부였지만 법사위원들이 이와 상충된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원내 지도부의 이러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법사위가 독자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당내 소통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 여야가 국정조사 방식을 두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법사위가 돌출 행동에 나서면서 대야 협상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야당과의 협상 국면에서 지나치게 강경한 입장을 드러낼 경우 협상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검사장 고발이 자칫 당내 균열로 비칠 조짐이 일자 일부 법사위원이 진화에 나섰다. 법사위원들은 이번 고발이 당내 갈등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화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사위 소속 김기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검찰의 지나친 정치 세력화와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고, 고발에 대해서도 치열한 찬반 논쟁이 있었다"며 "그래도 엄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져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토론할 때는 원내 지도부와 논의 여부를 확인 안 했다"며 "결론이 나면 간사나 위원장이 지도부와 교감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법사위 내부에서도 지도부와의 사전 협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음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번 고발을 상임위 차원의 고유 활동으로 봐야지 갈등이나 엇박자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상임위는 독자적인 활동 영역이 있으며, 모든 사안을 지도부와 협의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친명계 중진 김영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원내대표는 전체 정국을 관리하는 입장이기에 그런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법사위의 고발은 그동안 다반사로 일어난 일 정도로 본다"며 "법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법사위원들의 판단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