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에서 접수된 119 전화, 알고 보니 신고 여성은 집에 있었다
2025-11-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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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수색을 계속 하고 있었던 구조대원들
인천 계양산에서 구조를 요청한 뒤 연락이 끊겨 실종 우려가 제기됐던 10대 여성의 신원이 확인됐다.
구조 요청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달리 이 여성은 같은 날 밤 스스로 귀가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의 신고로 경찰이 음성 대조를 통해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문제는 구조 요청 직후 위치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찰과 소방이 사흘 동안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산 전체를 수색해야 했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 20일 오후 계양산으로 혼자 산책을 떠난 뒤 경사로에서 넘어지자 119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 당시 A양은 자신이 계양산의 외딴 곳에 있으며 움직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119 대원이 정확한 위치를 묻자 초중이라는 단어를 남긴 뒤 통화가 갑자기 종료됐다.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신고자의 이동이 어렵고 휴대전화가 꺼지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상황에 빠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급 대응이 진행됐다.
이후 구조 요청이 끊겼다는 사실만 남은 채 A양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자 소방과 경찰은 즉각 수색에 나섰다. 통신 위치가 잡히지 않는 구조 요청은 구조 당국 입장에서 난이도가 높은 편으로, 현장 대응팀은 당일 밤부터 계양산 일대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헤드랜턴과 수색 장비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다음 날인 21일에는 인력 규모가 더 확대됐고, 22일까지 사흘 동안 수십 명의 구조대원이 산 전체를 오르내리며 수색 작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구조대의 노력에도 신고자와 연결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데 장애가 발생했다. 원래라면 신고를 걸어온 번호로 재발신해 현 상황을 확인하거나 추가 정보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이번 신고는 번호 앞자리가 045로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해 재연결이 불가능했다.
일반적인 통신망에서 사용되지 않는 번호 체계였기 때문에 위치 정보 조회도 이뤄지지 않았고, 단순 장난전화인지 실제 구조 요청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당시의 난감한 상황에 대해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현장에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태의 전환점은 23일 A양의 부모가 언론 보도를 확인한 뒤 소방에 연락하면서 찾아왔다. 자녀가 전날 귀가했다는 사실을 알린 뒤, 경찰은 신고 당시의 음성 기록과 부모가 제공한 정보, 귀가한 A양의 상태 등을 대조해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A양은 구조 요청을 한 직후 스스로 하산해 집으로 돌아갔으며, 가족에게도 큰 문제 없이 일상으로 복귀한 상태였다.
결국 구조 요청은 실제 상황이었지만 신속한 위치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 겹치면서 실종 경보 수준의 대규모 수색으로 이어졌다. 구조대는 신고자가 안전하게 귀가한 사실을 모른 채 사흘을 산 전체에서 수색해야만 했고, 음성 기록만을 근거로 한 상태에서 구조 요청을 가볍게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색을 중단하지 못했다.
경찰은 구조 요청 과정에서 발생한 전화번호 오류가 이번 혼선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번호 표시 오류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특수 상황이라며, 실종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신고는 사소해 보이는 정보라도 철저히 확인해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 요청을 했던 A양이 무사히 귀가해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신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실제 구조 요청이 있었음에도 신고자가 귀가 사실을 당국에 알리지 않아 수색 인력이 장시간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여러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고자가 귀가 후 상황을 알리지 않은 점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긴박한 순간에 연락이 끊어진 만큼 신고자의 심리 상태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통신 오류로 인해 구조 활동이 크게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실제 위치 측위 방식이나 신고 번호 체계의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