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지옥을 동시에 겪은 손흥민... 2골이나 넣었는데도 울었다
2025-11-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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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골로 팀을 지옥서 끌어올렸지만... 통한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악몽

로스앤젤레스FC(LAFC 손흥민(33)이 극적인 멀티골로 팀을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지만 승부차기에서 첫 키커로 나서 실축하며 시즌을 아쉽게 마감했다.
23일 오전(현지시각 22일 오후) 캐나다 밴쿠버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 MLS컵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LAFC가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2-2(승부차기 3-4)로 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5만3957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펼쳐진 경기는 극적인 드라마 그 자체였다. 전반전 2골을 내준 LAFC는 손흥민의 뛰어난 활약으로 극적인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원정팀 LAFC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손흥민은 중앙 공격수로 출전해 드니 부앙가, 네이선 오르다즈와 함께 스리톱을 구성했다. 중원은 마크 델가도, 에디 세구라, 티모시 틸먼이 맡았고, 수비진은 라이언 홀링스헤드, 은코시 타파리, 라이언 포르테스, 세르히 팔렌시아가 책임졌다. 골키퍼는 전 토트넘 주장 위고 요리스가 맡았다. 홈팀 밴쿠버는 4-2-3-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독일 레전드 토마스 뮐러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브라이언 화이트를 지원했고, 알리 아메드와 에마뉘엘 사비가 양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했다.
경기는 밴쿠버가 장악하는 양상으로 시작됐다. 홈팀은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며 LAFC의 수비를 강하게 압박하며 요리스를 여러 차례 시험했다. 손흥민이 고립되는 시간이 길어졌고, LAFC는 밴쿠버의 조직적인 압박에 고전했다. 밴쿠버는 전반 39분 사비의 침착한 칩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골키퍼 요헤이 타카오카가 차낸 롱볼이 페널티 에어리어 상단에 있던 사비에게 정확히 연결됐고, 사비는 LAFC 수비 뒤로 침투해 요리스를 제치고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이는 사비의 올 시즌 9번째 골이자 플레이오프 첫 골이었다. 
설상가상 LAFC는 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마티아스 라보르다에게 두 번째 골을 내줬다. 세바스티안 베르할터가 올린 코너킥을 뮐러가 헤딩으로 연결했다. 요리스가 막아냈지만 공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튀어나온 공을 라보르다가 재빠르게 밀어 넣으며 밴쿠버의 올 시즌 모든 대회 통틀어 100번째 골을 기록했다. 라보르다에게는 지난 3시즌 7경기 출전 만에 첫 플레이오프 골이었다. LAFC는 2-0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LAFC는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압박을 가하며 밴쿠버의 진영을 위협했고, 손흥민을 중심으로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밴쿠버는 손흥민에 대한 철저한 마크로 대응했다.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여러 명의 수비수가 에워싸며 공간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LAFC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후반 15분(60분) 손흥민이 돌파구를 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타카오카가 손을 뻗어 막아냈지만 공은 다시 손흥민의 발 앞으로 떨어졌다. 손흥민이 다시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골라인에서 라보르다가 막아냈다. 그러나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 번째 시도에서 공은 밴쿠버 수비수 랄프 프리소를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VAR 검토 끝에 골이 인정되며 LAFC는 2-1로 추격했다. 이는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9골을 넣은 손흥민의 플레이오프 첫 골이었다.
밴쿠버는 78분 프리킥 상황에서 추가 득점의 기회를 잡았다. 베르할터가 후방 골대 쪽으로 정교하게 올린 공을 트리스탄 블랙먼이 오른발로 연결했고, 공은 빈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요리스가 몸을 날려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선방을 해내며 LAFC를 살렸다.
LAFC는 후반 막판 총공세를 펼쳤다. 부앙가는 8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골대를 두 차례 강타했다. 5초 사이에 골대를 세 차례나 맞히는 믿기 힘든 순간도 연출했다. 부앙가와 다비드 마르티네스의 슈팅이 연달아 골대를 강타했지만 공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그리고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후반 추가시간 2분, 밴쿠버의 블랙먼이 돌파하는 부앙가를 막다가 전술적 파울로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했다. 밴쿠버는 10명이 되자 LAFC에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3분 뒤인 후반 추가시간 5분 손흥민이 마법을 부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공을 잡은 그는 왼쪽 골대 구석을 겨냥해 오른발로 정교하게 감아 차는 슈팅을 날렸다. 공은 완벽한 궤적을 그리며 골망에 꽂혔다. 2-2 동점. BC 플레이스를 가득 메운 관중들이 경악했고, LAFC 벤치는 환호했다. 손흥민은 팔을 벌리고 펄쩍 뛰며 기쁨을 표현했다. 극적인 동점골로 경기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연장전에서 밴쿠버의 시련은 계속됐다. 뮐러는 정규시간 종료와 함께 교체됐지만, 손흥민은 필드에 남아 연장전에서도 최전방에서 분투했다. 연장 전반은 득점 없이 끝났다. 한 명이 부족한 밴쿠버는 수비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전념했다. 연장 후반 7분에는 교체 투입된 벨랄 할부니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밴쿠버는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한 상태였기 때문에 9명으로 경기를 이어가야 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LAFC는 맹공을 퍼부었다. 연장 후반전 마지막 12분 동안 기록된 8개의 슈팅이 모두 LAFC에서 나왔다. LAFC는 승리의 골을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도했지만,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나가거나 수비수에게 막혔다. 밴쿠버의 수비진과 타카오카는 온몸을 던져 막아냈고, 연장전 30분은 추가 득점 없이 종료됐다.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손흥민이 LAFC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섰다. 악몽이 펼쳐졌다. 오른발로 강하게 때린 공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손흥민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떨궜다. 밴쿠버의 첫 번째 키커 베르할터는 성공했다. 부앙가가 두 번째 키커로 나서 성공시켰고, 밴쿠버의 제이든 넬슨도 성공했다. 그러나 세 번째 키커 델가도가 공을 크로스바 위로 넘기며 LAFC는 다시 위기에 빠졌다.
밴쿠버의 라이언 고들이 성공시키며 3-1로 앞서갔지만, LAFC는 포기하지 않았다. 네 번째 키커가 성공시키고, 요리스가 밴쿠버의 에디에르 오캄포의 슈팅을 막아내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LAFC의 다섯 번째 키커 프랭키 아마야가 성공시키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제 마지막 키커만 남았다. 라보르다가 공을 잡았다. 그는 요리스를 넘기는 슈팅을 성공시키며 4-3으로 승부차기를 마무리했다. 전반에 득점했던 라보르다가 승부차기에서도 결승골을 넣으며 영웅이 됐다.
LAFC는 슈팅 개수는 23 대 9, 유효슈팅 개수는 7 대 6으로 앞섰지만 결과는 밴쿠버의 것이었다. 부앙가는 8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두 차례나 골대를 맞혔지만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야후스포츠는 손흥민의 활약에 대해 극적인 승부의 주역이었지만 승부차기 실축으로 인해 결국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Goal.com은 이 경기를 역대급 명승부로 평가하며, 손흥민의 동점골과 9명으로 싸운 밴쿠버의 투혼이 어우러진 클래식 매치였다고 보도했다.
밴쿠버는 이번 승리로 1973년 북미축구리그 창단 이후, 그리고 2011년 MLS 가입 이후 처음으로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 진출했다. 클럽 역사상 세 번째 콘퍼런스 준결승 진출이었고, 2017년 이후 처음이었다. 밴쿠버는 24일(현지시간) 치러질 샌디에이고 FC와 미네소타 유나이티드의 승자와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서 맞붙는다. 승자는 다음달 6일 열리는 MLS컵에 진출한다.
LAFC는 지난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이 단계까지 진출한 유일한 팀이었다. 지난 3년 동안 MLS컵 결승에 두 차례 진출했고, 2022년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2023년과 2024년 플레이오프에서 밴쿠버를 연속으로 꺾었지만, 올해는 밴쿠버가 마침내 복수에 성공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밴쿠버가 5월 2-2 무승부와 6월 1-0 승리로 시즌 시리즈에서 우위를 점했다.
손흥민은 지난 8월 토트넘에서 MLS 역대 최고 이적료에 영입돼 LAFC에 합류했다. 정규리그 10경기에서 9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 잡았고, 플레이오프에서도 1라운드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합쳐 12경기에서 10골 4도움이라는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밴쿠버 역시 같은 이적 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뮐러를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뮐러는 밴쿠버에서 9경기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역대 최고 시즌을 이끌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경기 전 이 매치업을 세대를 대표하는 재능인 뮐러와 손흥민이 맞붙는 스타급 대결로 소개했다.
경기 후 밴쿠버의 안드레스 쿠바스가 최우수 선수로 꼽혔다. Goal.com은 29세 파라과이 미드필더가 경기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11개의 볼 경합에서 승리했고, 7개의 태클을 성공시켰으며, 9개의 클리어링을 해냈고, 누구보다 뛰어난 볼 배급을 보였다.
손흥민에게는 아쉬운 밤이었다. 두 골을 넣으며 팀을 극적으로 살렸지만 승부차기 실축은 그를 당분간 괴롭힐 장면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손흥민의 플레이오프 데뷔 시즌은 인상적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LAFC에 큰 영향을 미쳤고, 팀을 콘퍼런스 준결승까지 이끌었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은 MLS 역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