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억으로 110억 번 영화 '얼굴'... 감독이 또다시 발표한 파격 계획
2025-11-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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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예산으로 한국 영화계에 다시 충격파 안기나
연상호 감독이 다시 파격 행보에 나선다. 제작비 2억 원짜리 영화 ‘얼굴’로 극장 매출 110억 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낸 그가 이번엔 5억 원 규모의 신작으로 돌아온다. 다음 달 초 촬영을 시작하는 '실낙원'을 통해서다. 대작 상업영화와 초저예산 작품을 오가는 그의 독특한 행보가 한국 영화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일보 23일자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연상호 감독은 다음달 초 신작 '실낙원' 촬영에 돌입한다.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5억 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얼굴'의 2억 원보다는 높지만 통상적인 한국 영화 제작비에 비하면 여전히 파격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실낙원’의 촬영 방식은 '얼굴'의 방법론을 따른다. 일반적인 한국 영화 현장에는 60여 명의 스태프가 투입되고 촬영 기간도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얼굴'은 20명 남짓한 인원으로 3주간 13회차 촬영만으로 완성됐다. '실낙원' 역시 최소 인원, 최소 촬영 일수라는 원칙을 유지해 제작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제작비 조달 방식도 눈길을 끈다. 매체에 따르면 5억 원 전액을 연 감독이 자비로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설립한 제작사 와우포인트가 제작을 담당하며, 배급은 CJ ENM이 맡는다.
주연 배우는 김현주다. 1977년생인 그는 1996년 김현철의 뮤직비디오로 연예계에 입문한 뒤 광고와 드라마를 통해 정상급 스타로 올라섰다. 1998년 생생우동 광고의 "국물이 끝내줘요"는 당시 유행어가 됐고, '유리구두', '토지', '인순이는 예쁘다', '파트너', '왓쳐', '트롤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출연작들은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현주 주연작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그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2023)를 시작으로 드라마 '지옥' 시즌1(2021)과 시즌2(2024)에 연이어 출연했다. 연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선산'(2024)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지옥' 시리즈에서는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산'에서는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대형 프로젝트를 주로 다루던 감독이 연달아 초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연상호 감독은 2016년 '부산행'으로 1157만 관객을 모았다. 이후 2020년 제작비 200억 원 규모의 '반도'를 내놨다. 현재는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출연의 '군체' 후반작업 중이다. ‘군체’의 추정 제작비는 200억 원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얼굴'은 본래 투자 유치에 실패한 프로젝트였다. 2018년 발표한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하려 했으나 자금을 구하지 못하자 연상호 감독이 사비를 털어 제작을 강행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결과는 성공이었다.
영화는 시각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와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 전 사라진 임동환 어머니의 유골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임동환이 어머니가 일했던 청계천 봉제공장 동료들을 찾아가며 묻혀 있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렸다. 박정민이 현재의 아들과 과거의 아버지를 오가는 1인 2역 연기로 호평받았다.
제작 과정도 파격적이었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기본 급여 없이 또는 최저 수준의 보수만 받고 작업했다. 대신 흥행 수익을 나눠 갖는 조건이었다. 일각에서 '열정 페이' 논란이 제기됐지만, 침체된 영화 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9월 11일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10월 5일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고 최종 107만 명을 동원했다. 누적 매출은 100억 원을 돌파했다. 투자 대비 50배 이상의 수익률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얼굴' 참여자 대다수는 평소 받던 금액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갔다. ‘얼굴’이 흥행하자 여러 배급사가 연상호 감독에게 유사한 방식의 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영화는 작품성으로도 주목받았다.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등으로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얼굴'은 가족 드라마이자 미스터리이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영화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부산행'이 화려한 스펙터클이었다면, '얼굴'은 섬세한 시적 감각으로 빚어낸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실낙원'은 '얼굴'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졌다. 연상호 감독과 가까운 영화계 인사는 한국일보에 ‘얼굴’에서 최저 수준의 보수로 작업한 스태프들에 대해 감독이 많이 미안해했다면서 이번엔 인건비를 올리기 위해 총제작비를 늘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5억원은 주류 한국영화의 제작비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