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무너진다”…‘마을공동체 기본법’ 제정 촉구

2025-11-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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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활동가들, 법적 공백 호소…정치 아닌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전국 216곳 조례는 있는데 법은 없다…“자치분권 허울뿐인 선언에 그쳐”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국회의원 / 의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국회의원 / 의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대한민국 곳곳에서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공동체의 기억은 개발 논리에 밀리고, 주민들의 자발적 협력은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소모되고 있다. 전국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국회에 법 제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국회의원(대전 대덕구, 행정안전위원회)은 11월 24일, 전국풀뿌리자치행동네트워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현장에는 공동체 활동가 500여 명이 참여했으며, 대전·경기·전남 등 지역 네트워크 대표들이 잇따라 발언에 나섰다.

이 법안은 마을공동체의 법적 정의와 활동 자율성 보장, 중앙 및 지방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전국 216개 지자체가 마을공동체 관련 조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상위법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일방 폐기하거나 지원을 축소하며 공동체 활동이 ‘정권 따라 흔들리는 불안정한 자율’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현 의원은 “코로나 시기 마스크 대란을 마을이 직접 봉사로 극복했고, 지금도 저출생·기후위기 등 구조적 문제에 마을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며 “주민이 숙의하고, 그것이 정책이 되는 순환 구조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이미라 상임대표는 “어르신 식사부터 아이 돌봄까지 마을이 행정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늘 위태롭다”며 “행정이 빠지면 공백이고, 법이 없으면 존속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법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지역자립법’을 통해 마을 단위 자치권을 명문화했으며, 독일은 ‘지역공동체협약’을 통해 지방정부가 마을 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추상적 구호는 넘쳐나지만,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제도는 부재하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마을만들기경기네트워크 여미경 대표는 “정치는 끝없는 정쟁이지만, 마을은 오늘도 아이를 키우고 이웃을 돌본다”며 “공익적 활동을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 정식 발의되지는 않았으며, 향후 여야 간 협의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활동가들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본권으로 이 법이 다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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