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의 ‘단풍 엔딩’, 완도 청산도에선 ‘이제 시작’입니다

2025-11-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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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단풍 엔딩’, 완도 청산도에선 ‘이제 시작’입니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육지의 단풍이 아쉬운 낙엽으로 모두 흩날려 버렸을 때, 비로소 진짜 ‘가을’이 시작되는 섬이 있다. 느림의 미학이 살아 숨 쉬는 슬로시티, 완도군 청산도. 이곳에선 11월의 마지막 주말, 대한민국에서 가장 늦게 타오르는 ‘마지막 단풍’의 향연이 펼쳐진다.

완도 청산도 단풍길
완도 청산도 단풍길

####3km의 붉은 터널, ‘시간이 멈춘 길’

이번 ‘단풍길 소풍’의 주인공은 슬로길 9코스, 30년생 단풍나무들이 만들어낸 3km의 붉은 터널이다. 빽빽한 단풍잎이 하늘을 가려,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서정시가 된다. 특히 행사 첫날인 29일에는 차량이 완벽하게 통제되어, 오직 사람과 바람과 단풍만이 존재하는 ‘시간이 멈춘 길’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단순한 ‘구경’을 넘어, ‘오감 만족’ 소풍으로

청산도의 가을은 눈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단풍잎 책갈피와 키링을 직접 만들며 ‘손의 기억’을 남기고, 감미로운 통기타 선율과 아슬아슬한 서커스 공연에 ‘귀와 마음’을 맡길 수 있다. 여기에 청산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내어주는 따뜻한 ‘주전부리’는, 잊고 있던 ‘엄마의 손맛’까지 소환하며 오감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진짜 ‘소풍’을 완성한다.

####주민이 직접 차린 ‘가을 밥상’

이번 행사가 더 특별한 이유는, 관광객을 ‘손님’으로만 대하는 여느 축제와 달리,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마을 잔치’라는 점이다. 이는 ‘내가 사는 곳의 아름다움을, 내 손으로 직접 알리겠다’는 주민들의 건강한 자부심의 발로다. 이들이 차려낸 진심 어린 ‘가을 밥상’ 앞에서, 관광객들은 단순한 구경꾼을 넘어, 따뜻한 정을 나누는 ‘오랜 이웃’이 된다.

####떠나가는 가을의 끝자락, 청산도에서 잡으세요

떠나가는 가을이 아쉽다면, 마지막 기회는 청산도에 있다. 쪽빛 바다와 붉은 단풍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색의 대비 속에서, 올 한 해의 시름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가올 겨울을 맞이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느리게, 하지만 가장 깊게 익어가는 청산도의 가을이,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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