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마저 별세… '주연 배우들이 모두 사망한 작품' 된 한국영화

2025-11-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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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한국 노년 영화의 찬란한 유작으로

이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이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현역 최고령 배우로 69년 연기 인생을 불태웠던 '국민 아버지' 이순재가 91세로 눈을 감으면서 한 편의 특별한 영화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2011년 개봉해 잔잔한 감동을 안겼던 이만희 감독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다. 영화의 주연 4인방이 이제 모두 고인이 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스크린 속 노년의 사랑 이야기는 더욱 쓸쓸한 전설로 남게 됐다.

25일 영화계에 따르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세상의 끄트머리에서 다시 삶을 배워가는 네 노년 주인공의 황혼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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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봉 당시 165만 관객을 모으며 노년의 삶과 사랑을 정직하게 다뤘다는 호평을 받았다. 단순한 흥행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잘 조명되지 않던 노년층의 외로움과 삶에 대한 애정, 그리고 죽음 앞에서 더욱 또렷해지는 사랑의 가치를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됐다.

이순재는 까칠하지만 속정 깊은 우유 배달부 김만석 역을 맡아, 폐지를 줍는 '송 씨'(윤소정 분)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노년의 로맨스를 담백하게 표현했다.

치매 아내를 돌보는 주차관리원 장군봉 역의 송재호, 그의 아내 조순이 역의 김수미, 그리고 만석의 연인이 되는 송 씨 역의 윤소정까지…네 배우가 함께 그려낸 감정의 결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특히 네 배우의 앙상블은 영화의 가장 큰 힘이었다.

이순재의 츤데레(속으론 좋으면서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대하는 태도)같은 따뜻함, 윤소정의 소녀 같은 순수함, 송재호의 고요한 헌신, 김수미의 절절한 감정이 한데 어우러진 연기는 ‘배우의 인생이 담긴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는 단순한 배역 해석을 넘어, 오랜 세월을 살아낸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연륜을 담아낸 ‘진실한 연기’였다.

그러나 이들이 한데 모였던 스크린은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네 배우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기록이 됐다.

가장 먼저 부고 소식을 알린 이는 만석의 연인 ‘송 씨’를 연기한 윤소정으로, 2017년 6월 패혈증으로 별세했다(향년 73세).

이어 2020년 11월에는 장군봉 역의 송재호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향년 83세), 2024년 11월 조순이 역의 김수미가 영면에 들었다(향년 75세). 그리고 이날, 김만석 역의 이순재마저 눈을 감으며 영화의 네 주연 모두가 스크린 밖에서도 영원한 이별을 맞게 됐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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