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호중, 12·3 비상계엄 체포 명단에 있었다
2025-11-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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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 김어준을 김호중으로 착각

육군방첩사령부가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면서 시사평론가 김어준을 트로트 가수 김호중으로 착각했다는 황당한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공판에서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이었던 여인형 전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이 같은 해프닝을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변호인단의 신문 과정에서 "명단 내용에 보면 김어준이 있다"며 "그런데 12월 4일 오후까지도 우리 방첩사 요원들은 김어준을 가수 김호중으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어준 대표적인 친정부 유튜버다. 트로트 가수인 김호중은 음주운전 및 도주 혐의로 복역 중이다. 두 사람은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다.
여 전 사령관은 "이 사람이 누구인가 인터넷에서 찾아봤다"며 방첩사 내부가 정치 관련 인물의 기본 정보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은 "해프닝 중 압권이었다"며 "다시 말하지만 4일 오후까지도 김호중 씨로 알고 있었다. (체포 대상자 명단을 두고 뭔가 심각한 것처럼) 명단, 명단 얘기하는데 너무 허술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이 체포 대상자 명단이 실제 작전 계획인지, 주소 조회 등 실무 검토가 있었는지 묻자 여 전 사령관은 일부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변호인단이 "12월 4일 오후 7시경 김현지(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정진상(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인 이재명 대통령 측근) 등의 이름을 메모한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군검찰 조사에서 김현지·강위원(전남도 경제부지사)·정진상은 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인정했다.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이 실제 작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이 같은 증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명단에 오른 인물들이 누구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명단의 실효성과 실행 의지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