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을까... 섬진강서 농어 낚다가 발견한 '뜻밖의 거대 물고기'
2025-11-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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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남단 연어 산란장 섬진강의 신비로운 생태

농어를 낚으러 섬진강을 찾은 낚시꾼의 눈앞에 큰지막한 물고기 사체가 떠내려왔다. "이게 뭐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건져 올린 물고기는 놀랍게도 연어였다. 한국 최남단 연어 산란장 섬진강의 신비로운 생태가 낚시꾼의 우연한 발견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동네낚시꾼'을 운영하는 신현민 씨는 최근 '섬진강의 새로운 가능성... 신비로운 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란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기수역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영상으로 제작된 이 콘텐츠에서 신씨는 섬진강에서 농어 낚시를 하던 중 우연히 연어 사체를 발견하는 장면을 담았다.
영상 속에서 신씨는 "떠내려온 물고기 사체가 있다. 잉어도 농어도 아니다.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지"라며 물고기 사체를 건져 올렸다. 확인 결과 70cm가량의 연어임을 알게 됐다.
신씨는 "섬진강 연어다. 산란으로 올라와서 할 일을 다하고 죽어서 떠내려온 녀석"이라며 "섬진강 연어 방류 사업으로 개체가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사체로 보는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어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여주며 "머리를 보니 수컷"이라고 말했다.
섬진강은 한국에서 가장 최남단에 위치한 연어 산란장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섬진강어류생태관은 1998년부터 연어를 잡아 알을 채취해 부화시켜 키운 뒤 방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2, 3월 섬진강 구례 구간에서 방류되는 치어들은 북태평양 베링해와 알래스카 연안 등지에서 3~5년간 성장한 뒤 다시 고향인 섬진강으로 돌아온다.

섬진강어류생태관에 따르면 연어들은 주로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10월 한 달간 섬진강에서 포획된 연어는 235마리.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9마리나 증가했다. 연어 포획은 매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이뤄진다.
다만 섬진강에서 잡힌 연어는 연평균 1000마리가 넘지 않아 아직 상업화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섬진강 연어는 참연어다. 참연어는 태평양 연어의 한 종류다. 북태평양 연안에서 자라다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 국내에 주로 수입돼 판매되는 대서양 연어와는 종이 다르지만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서양 연어는 이름 그대로 대서양이 원산지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연어 필레나 스테이크용 연어처럼 양식을 통해 대량으로 공급된다.
섬진강 연어 방류 사업을 하는 이유는 상업화보다는 연어 자원을 지켜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섬진강의 연어의 역사는 깊다. 일제 강점기 땐 양양 남대천보다 훨씬 많은 연어가 올라와 '연어 반, 물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들은 모두 자연 산란을 마치고 다른 물고기나 동물들의 먹이가 돼 섬진강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구실을 했다. 그러나 산업화로 강물이 오염되면서 섬진강 연어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섬진강 연어의 존재가 다시 확인된 것은 1993년 늦가을 구례 주민 장용옥씨가 낚시 도중 1m가 넘는 죽은 연어를 발견하면서다. 장씨는 마을 노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연어가 섬진강 토종 물고기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섬진강환경어족보존회를 만들어 '연어 되불러오기 운동'을 펼쳤다. 1997년 양양내수면연구소에서 30만 마리의 연어 치어를 얻어와 섬진강에 방류한 것이 시작이었다.
2000년부터 어미 연어가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어부들에게 9마리가 잡히기도 했다. 당시 70~80마리가 구례군 마산면 수중보 턱밑까지 올라가 자연 산란을 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2001년에는 10월 중순부터 50~60마리가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목격됐고, 12월 말까지 200~300마리가 돌아왔다.
한국을 떠난 연어 치어는 4만 6000여km에 이르는 북태평양을 횡단해 베링해협, 캄차카반도, 알래스카를 돌아 3~5년 뒤 다시 태어난 강에 돌아온다. 연어 치어는 방류된 직후 곧바로 바다로 향하지 않는다. 4, 5일간 강에 머문다. 몇 년 뒤에 있을 모천회귀를 위해 고향의 냄새를 체득한다.
섬진강은 '세계 연어 산란의 최남단'이라는 중요한 학술·산업적 의미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인류 제2의 단백질'로 불리는 연어의 자원화 영역을 남진·확대하는 데 지표가 되는 강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섬진강 연어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는 만큼 향후 생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