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별세] 이순재와 한국 연기계 이끈 신구가 보인 반응
2025-11-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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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계셔야 할 분인데 아쉽고 안타깝고 슬프다”

원로 배우 이순재가 25일 향년 91세로 별세하자 함께 한국 연기계를 이끌어온 배우 신구(89)가 깊은 애도를 표했다.
신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연예계에 아주 필요한 분이고, 더 계셔야 할 분인데 아쉽고 안타깝다.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1962년 데뷔한 신구는 고인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원로 배우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60년 넘게 한국 연기계의 산증인으로 활동하며 후배 배우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순재와 신구는 2014년 연극 '황금연못', 2017년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등에 함께 출연하며 무대 위에서 호흡을 맞췄다.
신구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연극을 자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그렇게 연극을 쉬지 않고 했다는 것이 귀감이 되는 분이라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두 사람은 2013∼2018년 방영된 나영석 PD의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와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큰 사랑을 받았다. 신구는 "여행도 같이 했었는데 자상했던 모습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빈소가 마련되기 전부터 연예계 동료들과 후배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배우 이승기는 빈소를 찾아 "이순재 선생님이 결혼식 주례도 봐주셨고, 또 영화 '대가족'에 급하게 출연 제의를 받으셨을 때도 '승기가 하는 거면 꼭 해야지'라는 말씀도 해주셨다"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기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이 나)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배우가 대사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셔서 기억력을 복구하시려고 미국 대통령의 이름도 외워서 말씀하시곤 하셨다"며 "선생님이 걸어오신 역사를 많은 분이 기억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초 아내인 배우 이다인과 함께 고인의 병문안을 다녀왔다고 했다.
원로배우 김성환은 "탤런트뿐만 아니고 연예계에서는 제일 큰 어른이시고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며 "생전에 저를 보면 '김성환을 내가 뽑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렇게 바르고 정직하게 사시고, 일에 대한 열정이 많으신 분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추모했다.
이순재 성대모사로 유명했던 코미디언 최병서는 "제가 성대모사를 할 때마다 너무나 좋아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분야를 떠나서 연예계 큰 스승이 돌아가신 것 같다"고 애통함을 전했다. 그는 "40여 년 동안 만나 뵐 때마다 어깨를 두들겨 주시면서 좋은 말씀만 해주셨는데,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더 좋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빈소를 찾아 "온 국민이 저와 함께 이 진정한 연기인, 진정한 국민 배우를 보내드리는 길에 함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고인은 1956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1958년 영화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60년 넘게 연극,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서 개의 목소리를 듣게 된 원로 배우를 연기하며 역대 최고령으로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1월 열린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은 고인이 대중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두근두근 솔~', '돌아온 뚝배기' 등 CF 출연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한 얼굴이 됐다. 2013년 '꽃보다 할배'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고, 지난해 12월에는 영화 '대가족'에 출연하며 마지막까지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은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승봉 한국방송대중예술인단체연합회 이사장은 "문체부 실무진들과 금관문화훈장 추서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라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장례 기간 내에 훈장이 추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방송대중예술인단체연합회는 이날 KBS 본관과 별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누구나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7일 발인식에 맞춰 KBS 별관에서 별도의 영결식을 치르는 방안도 유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KBS는 본관 로비 시청자광장에 추모 공간을 조성하고 고인이 KBS 연기대상에서 수상하는 모습을 스크린에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