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진짜 어떡하나…참담한 엔딩에 팬들 “K리그 역사에 남을 일” 분노
2025-11-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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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낙인에 무너진 코치의 눈물
인종차별 행위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코치가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와 상벌위원회가 무고한 사람을 '인종차별자'로 만들어 인생관을 무너트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전북은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심리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타노스 코치가 깊은 고민 끝에 사임 의사를 전하였다"고 밝혔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36라운드 전북과 대전 하나시티즌 경기였다. 경기 후반 추가시간, 상대 선수의 핸드볼 파울이 즉시 선언되지 않자 타노스 코치는 김우성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경고를 받았고 항의가 지속되자 퇴장까지 당했다.

문제는 퇴장 직후 타노스 코치가 두 눈에 양 검지 손가락을 대는 제스처를 하며 일어났다. 김 주심은 이를 인종차별 행위로 판단해 심판보고서에 기재했고, 상벌위원회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도 12일 성명을 내고 타노스 코치의 행위가 동양인 비하라며 FIFA에 제소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전북 구단은 즉각 반박했다. 판정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당신도 보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한 행동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타노스 코치 역시 인종차별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여론도 연맹과 심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K리그 관계자와 다른 구단 지도자 사이에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타노스 코치의 제스처에서 명확한 인종차별 의도를 찾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서양권에서는 심판에 항의하거나 경기에 집중하라는 제스처로 경기 중 자주 나오는 표정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심판에게 똑바로 봐라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상벌위원회는 19일 타노스 코치에게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원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퇴장 판정과는 별도로 내려진 추가 징계였다.
상벌위는 경멸적·모욕적 행위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보다 행위의 형태 자체와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가 이 행동 전후로 욕설과 함께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던 정황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행위에 대한 평가는 행위자가 주장하는 의도보다 외부에 표출된 행위가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멸적, 모욕적 행위 여부는 행위 자체와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준에 따라 타노스 코치의 행위는 그 형태가 이른바 '슬랜트아이(slant-eye)'로 널리 알려진 동양인 비하 제스처와 동일하다"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종차별로 인한 모욕적 감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여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북은 징계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구단은 25일 공식 입장문에서 "타노스 코치는 관련 상황이 일어난 직후부터 일관되게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인종차별의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명확히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노스 코치와 논의한 결과 이번 사안에 대한 상벌위 결정이 사실관계와 의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면밀한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심 청구를 결정했다"며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북 선수들과 서포터즈도 징계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의 이승우는 20일 SNS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함께한 타노스 코치님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한국을 사랑하고 존중했던 사람에게 인종차별이란 단어가 붙는 것이 얼마나 큰 충격과 실망으로 다가왔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전북 서포터즈 연합 매드그린보이스(MGB) 역시 성명을 통해 "프로축구심판협의회와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만행을 규탄한다"며 "파렴치하고 폭압적 중징계를 전북 서포터즈 연합 MGB의 이름으로 강력히 거부하며 통렬한 마음으로 이를 강렬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와 별개로 타노스 코치는 결국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계속된 논란과 비난 여론, 인종차별자로 낙인찍힌 상황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북 구단은 "안타까운 소식도 함께 전한다"며 "심리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타노스 코치는 깊은 고민 끝에 사임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타노스 코치는 입장문에서 "수많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과 일하며 그들의 문화, 인종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도 없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왔다"면서 "지속적으로 해명했던 모든 상황의 맥락, 문화적 표현과 의미를 무시당한 채 단 한 번의 오해로 '자칭' 권위자들부터 인종차별 행위자라는 오명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삶은 국적과 인종을 떠나 축구인으로서 안전하고 존중과 평화, 법 앞의 평등이 있는 곳에서 계속돼야 하기에 슬픈 마음을 안고 이번 시즌 종료 후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며 "성공과 역사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구단과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전북 구단은 "이번 일로 타노스 코치가 불명예스러운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K리그와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기억이 쓰라린 아픔으로만 남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단은 타노스 코치의 명예 회복을 위해 재심 절차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전북은 내달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코리아컵 우승을 놓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앞선 4강 강원전에서 거스 포옛 감독이 퇴장 당했는데, 타노스 코치까지 떠나며 전북은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K리그 출범 이후 인종차별이 인정돼 징계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사례다. 2023년 6월 울산 현대(현 울산HD FC) 선수들이 SNS에서 동료를 피부색을 이유로 태국 선수 이름으로 지칭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사건은 K리그 역사상 인종차별 논란으로는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