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원짜리 첨단 농기계보다, ‘단 하나의 의자’가 나았다
2025-11-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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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농작업 편의의자 보급…농업 현장 만족도 높아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수천억 원짜리 스마트팜, 수백억 원짜리 첨단 농기계~ 거창한 미래 농업의 구호 속에서, 정작 농민들의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어루만져준 것은 다름 아닌 ‘작은 의자’ 하나였다.
전남 나주시가 농업 현장의 가장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급한 ‘농작업 편의의자’가, 그 어떤 거대 담론보다 더 큰 감동과 만족을 이끌어내며 ‘체감 행정’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땅바닥 농사’의 설움, 마침내 끝나다
평생을 쪼그려 앉아 김을 매고, 허리를 숙여 수확하는 고된 농작업. 농민들에게 무릎과 허리의 통증은 피할 수 없는 ‘직업병’이자 숙명처럼 여겨져 왔다. 나주시는 바로 이 가장 아프고 낮은 곳에 주목했다. 올해 고령·여성 농민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2,419개의 편의의자를 전액 무상으로 보급하면서, ‘땅바닥 농사’의 서러운 역사를 끝내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게 진짜 복지지”…현장의 뜨거운 ‘입소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평생을 쪼그려 앉아 일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이제 허리 펴고 숨 좀 돌리겄소.” 의자를 전달받은 한 농업인의 투박한 소감에는, 단순한 만족감을 넘어선 깊은 ‘해방감’마저 묻어났다. 정부혁신제품으로 인증받은 이 작은 의자 하나가, 수십 년간 농민들을 괴롭혀온 통증을 덜어주는 ‘특효약’이 되자, 현장에서는 “이게 진짜 복지”라는 뜨거운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반짝 지원’은 없다…‘모든 농가’로 확대 약속
나주시는 이러한 폭발적인 현장 반응에, 내년에는 시 예산을 별도로 투입해 관내 ‘모든 농가’에 편의의자를 보급하겠다는 통 큰 약속으로 화답했다. 이는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반짝 지원’이 아닌, 모든 농업인이 동등한 혜택을 누리는 보편적 복지로 정책을 격상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가장 좋은 정책은 ‘농민의 땀을 닦아주는 것’
윤병태 시장은 “가장 좋은 정책은, 농민들의 이마에 흐르는 땀 한 방울을 직접 닦아주는 것”이라며, “올해의 성공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모든 농업인들이 더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살피는 행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거창한 구호 대신, 농민의 무릎과 허리를 먼저 생각한 나주시의 ‘작은 의자’가, 대한민국 농업 정책에 가장 큰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