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 수완동 통장님들의 ‘매달 5천 원’ 기적, 173곳 겨울 밥상을 채우다

2025-11-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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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광산구 수완동 통장님들의 ‘매달 5천 원’ 기적, 173곳 겨울 밥상을 채우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한 달에 5천 원. 누군가에게는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작은 돈이지만, 광주시 광산구 수완동의 92명 통장님들에게 이 돈은, 우리 동네 가장 어려운 이웃의 겨울을 지켜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희망의 씨앗’이었다. 지난 25일, 이 작은 씨앗들이 모여 담가낸 ‘사랑의 김장김치’가, 관내 경로당과 복지사각지대 173곳의 텅 빈 밥상을 가득 채우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수완동 통장단(단장 정오례)은 25일에 지역 내 경로당과 복지사각지대 주민을 대상으로 ‘2025 김장나눔’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사진제공 수완동행정복지센터)
수완동 통장단(단장 정오례)은 25일에 지역 내 경로당과 복지사각지대 주민을 대상으로 ‘2025 김장나눔’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사진제공 수완동행정복지센터)

◆주민 손으로 만든 ‘우리 동네 안전망’

수완동 통장단의 이번 김장 나눔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 재원이 관의 예산이 아닌, 92명의 통장들이 지난 1년간 십시일반 모은 순수한 ‘주민 기금’으로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는 행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복지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가 마을의 주인이 되어 ‘우리 동네 안전망’을 직접 짜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선배의 씨앗’에, ‘후배의 땀’을 더하다

이 아름다운 전통은, 지난해 임수정 전 단장이 처음 뿌린 ‘씨앗’에서 시작됐다. 올해 바통을 이어받은 정오례 단장은, 선배가 닦아놓은 길 위에 더 많은 땀과 헌신을 더해, 나눔의 규모를 더욱 풍성하게 키워냈다. 김치를 담그는 것을 넘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댁에 직접 배달까지 도맡으며, 단순한 ‘후원’을 넘어선 진정한 ‘실천’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통장님들의 ‘레이더망’, 복지 사각지대를 밝히다

이번 나눔을 통해, 통장단은 무려 140가구에 달하는 새로운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해내는 성과도 거뒀다. 이는 동네 구석구석을 가장 잘 아는 통장님들의 ‘레이더망’이, 행정의 공식적인 시스템보다 더 촘촘하고 따뜻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나눔, 가장 확실한 ‘마을 백신’”

정오례 단장은 “통장님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마음이 모여, 추운 겨울을 홀로 견뎌야 했던 우리 이웃에게 가장 든든한 ‘마을 백신’이 될 수 있었다”며 모든 공을 동료 통장들에게 돌렸다. 그녀의 말처럼, 행정의 예산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마음의 허기를, 이웃의 정(情)으로 채워가는 수완동의 ‘풀뿌리 복지’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장 따뜻한 이정표를 보여주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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