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재난대응, ‘땜질 처방’은 끝났다~‘현장 맞춤형’으로 판 새로 짠다

2025-11-2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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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재난대응, ‘땜질 처방’은 끝났다~‘현장 맞춤형’으로 판 새로 짠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지는 예측 불가능의 시대. 전라남도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땜질 처방’ 수준의 낡은 매뉴얼을 버리고, 지역의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한 ‘현장 맞춤형’으로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날카로운 ‘수술 진단서’가 나왔다.

◆“전문가는 떠나고, 현장은 붕괴”…재난 컨트롤타워의 ‘속살’

지난 25일, 전남도의회 ‘재난안전 선진화 방안 연구회’가 공개한 최종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연구를 수행한 순천대 서병철 교수는, 재난 현장의 최전선을 지켜야 할 전문가들이 오히려 현장을 떠나고 있는 ‘인력 유출’의 심각성을 가장 먼저 꼬집었다. 그는 “밤낮없는 비상근무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보상 등, 열악한 근무 여건이 전문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그 어떤 선진적인 대응 체계도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식 매뉴얼’로는 전남을 지킬 수 없다

보고서의 핵심은, 더 이상 ‘전국 공통의 낡은 매뉴얼’로는 전남의 복잡다단한 재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길고 복잡한 해안선에서 발생하는 해양 재난, 전국 최대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농업 재해, 그리고 산과 강이 복잡하게 얽힌 지리적 특성까지. 서 교수는 “전남의 재난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조직과 인력, 그리고 장비를 갖추는 ‘재설계’ 과정이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일회성 보고서’는 거부한다…“끝까지 추적할 것”

연구회 대표인 강정일 의원은, 이번 보고서가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는 ‘일회성 연구’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의 재난은 예측 불가능한 복합 재난의 양상을 띠고 있어,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현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끝까지 추적하고 점검하며, 연구의 연속성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집행부’가 답할 차례

도의회의 날카로운 진단과 처방은 이제 끝났다. 연구 결과는 연말까지 전남도 관련 부서에 전달될 예정이다. 잦은 비상근무에 지쳐 떠나는 전문가들을 붙잡을 ‘당근’은 무엇인지, 그리고 ‘전남 맞춤형’ 재난 컨트롤타워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라남도 집행부의 응답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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