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언어폭력’~광주시 광산구, 혐오 현수막에 ‘과태료 폭탄’ 날렸다

2025-11-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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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언어폭력’~광주시 광산구, 혐오 현수막에 ‘과태료 폭탄’ 날렸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표현의 자유’라는 허울 좋은 가면 뒤에 숨어,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던 ‘언어 폭력’ 현수막들이, 광주시 광산구에서 만큼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을 잃게 됐다.

광산구 혐오 표현 현수막 정비
광산구 혐오 표현 현수막 정비

광산구는 정부의 공식 지침이 내려오기도 전부터, 사회를 좀먹는 ‘혐오 현수막’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올해에만 130여 건을 철거한 데 이어, 그중 30건에 대해서는 총 1,000만 원의 ‘과태료 폭탄’을 날리는 강력한 실력 행사에 나섰다.

◆정부보다 빨랐던 ‘광산구의 결단’

광산구의 이번 조치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은 선제적인 대응이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8일에야 관련 지침을 내놓았지만, 광산구는 이미 연초부터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금지한 현행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에 대한 단속의 칼날을 벼려왔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혐오 표현을 ‘일상을 위협하는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천명한 것과도 궤를 같이하며,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광산구 혐오 표현 현수막 정비
광산구 혐오 표현 현수막 정비

◆‘말’로만 떠들지 않는다…‘돈’으로 책임 묻는다

광산구의 대응은, 단순히 현수막을 철거하는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다. 특정 인종이나 국적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거나, 특정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명백한 ‘언어 폭력’에 대해서는, ‘과태료’라는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그 책임을 물었다. 설치 규정까지 위반한 30건에 대해 총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말로만 떠드는’ 혐오 표현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입법’…국회를 향한 외침

하지만 광산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박병규 구청장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혐오 표현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자유가 타인의 존엄성을 짓밟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드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혐오와 차별을 막을 수 있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품격 있는 도시’를 위한 싸움

결국 광산구의 이번 전쟁은, 단순히 도시 미관을 해치는 현수막 몇 개를 떼어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호하고, 공동체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가치의 전쟁’이다. 시민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박병규 구청장의 약속처럼, 광산구의 단호한 발걸음이,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우리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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